축구선수→은행원 출신 파비아노 레베쟈니 신부[문화人터뷰]
기사내용 요약
2014년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명동성당서 2021년 사제 서품 받아
"한국이름 '리백진' 신자들이 편하게 불러"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피정 집에 가서 방에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어요. 이탈리아에서는 부드러운 매트리스에서 자는 게 익숙했는데 여기는 딱딱한 바닥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침대 없이 바닥에서 자는 것이 가장 큰 문화적 충격이었어요."
부활절을 앞두고 명동성당에서 만난 파비아노 레베쟈니(41)신부는 "한국살이 10년 만에 이제 고향 로마 생활이 어색할 정도"라며 유창하게 한국말로 인터뷰했다.
"예를 들면 로마에서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식당에 가면 한국처럼 음식이 빨리 나오길 기대하며 기다리는 동안 짜증을 내기도 해요. 하하하. 한국에서 고향 집이 그리울 때는 맛있는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맛있는 레드와인 한잔합니다. 무엇보다 한국 신자들이 나를 늘 좋아하는 마음으로 대해주고 배려해줘서 위로가 됩니다."
레베쟈니 신부는 '리백진'이란 어엿한 한국이름도 있다. "신학교 다닐 때 북한 선교에 관심 있는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받게 됐는데. 교구청에서 장학금을 받으면 한국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교구청 직원이 내 한국 이름을 '리백진'이라고 지어줬어요. 레베쟈니와 발음도 비슷해서 이 이름에 만족해요. 한국 신자들이 나를 부르기도 편하고요."
레베쟈니 신부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철학 대학교를 마치고 2014년 한국에 왔다. 서울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2021년 한국에서 사제서품을 받았다.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성당 소속 신부 7명 중 유일한 외국인 신부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목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신부가 되기까지 레베쟈니 신부의 삶은 반전 드라마다.
"로마에 있었을 때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레베쟈니 신부는 "그냥 기억하고 싶지 않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탈리아 대 한국 경기 외에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면서 "우리나라 팀이 한국 팀에 진 것이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멋쩍은 웃음을 터트렸다.
레베쟈니 신부의 어릴 때 꿈은 축구선수였다. "신부님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는 22살까지 축구 선수였다. "축구만 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했죠. 22살 때 다리를 다쳤을 때 제 삶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는데 그때 하느님을 만나게 됐어요."
레베쟈니 신부는 대학 졸업 후에도 사제가 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성당을 다니게 되면서 성당 내 청년단체에서 예쁜 아가씨를 만나게 됐다. 사제가 될 생각도 전혀 없었고 그 여자친구와 행복하게 살 것이라 생각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행복은 5년밖에 가지 못했고 레베쟈니 신부에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5년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술도 마시고 방탕한 생활을 하며 하느님이 없이 살면서 위기에 빠졌다"며 "그때 한 친구가 초대한 성지 순례에서 내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가 나 자신만을 위해서 살았기 때문임을 깨닫고 그때부터 회개하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3년 뒤 레베쟈니 신부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이탈리아에서 주변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취직했던 은행에서 나와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레베쟈니 신부의 꿈도 바뀌었다. "신학교 1학년 때 북한에 종교적 자유가 없다는 뉴스를 듣게 됐는데 로마 시내에 예수회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에게 북한에 보내달라고 기도했었다"며 "그 기도를 잠시 잊고 지내다가 2년 뒤 로마 신학교 원장님이 지금 한국에서 새로운 신학교를 설립하는데 학생들이 필요하니 나를 보내고 싶다고 말해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 선교가 내 소원이고 꿈"이라며 "한국 역사를 공부했고 북한 선교에 관한 과목도 공부했다"고도 했다.
레베쟈니 신부는 이제 한국 문화를 이야기할 때면 충격보다는 애정을 담았다. 전세계가 K콘텐츠 매력에 빠졌지만 한국에 사는 외국인 시각은 다르다.
그는 "많은 외국인이 한국 영화와 드라마, 케이팝에서 본 한국 라이프스타일에 매력을 느끼지만 일부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 생활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서 경쟁 사회로 치달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지적했다.
"한국은 아이들에게 교육을 지나치게 강조해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고 수능을 잘 봐야 하고 수능 실패하면 큰일이고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무엇 때문에 사는지를 놓치는게 안타까워요. 그 시간 동안 부모님이랑 같이하지 못하잖아요. 고해성사 하다 보면 신자들로부터 직장 생활이 힘들고 팀장과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한국이 이제 가정 생활을 하도록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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