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조기발견 절실한데, 의료인 신고 1%뿐

윤진호 기자 2023. 4. 8.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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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도 의사 신고로 수사
정인이 사건 대법원 3부 선고일인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8일 오전 살인 등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의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35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뉴스1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은 아이가 숨지기 20일 전 아동 학대를 의심한 한 소아과 의사가 경찰에 신고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지만 앞서 몇 달 전 다른 소아과 의사는 입이 찢어진 정인이를 진찰했지만 아동 학대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부족하다며 구내염 진단을 내렸다. 어린 생명을 살릴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동 학대 조기 발견의 열쇠를 쥔 의료인들의 신고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따르면, 2021년 아동 학대로 신고된 5만2083건 중 의료인이 신고한 것은 1.1%(549건)에 그쳤다. 2017년에도 국내 아동 학대 전체 신고(3만923건) 가운데 의료인 신고 비율은 1.0%(296건)였다.

김선월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연구위원은 “의료인들은 어린이들이 학대받는 사실을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기대한 만큼 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의료인의 아동 학대 신고율이 14%에 달한다”고 말했다. 아동 학대는 조기에 발견할수록 아동의 육체·심리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의사의 빠른 신고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의료인은 공무원, 초·중·고교 교사들과 함께 아동 학대가 의심될 때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하는 ‘신고 의무자’로 분류된다. 아동 학대가 의심되는 징후를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심층 면접 조사한 응급의학 전문의 11명 중 8명(72.7%)은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로서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수사기관에 신고한 뒤 신분이 노출될 수 있고, 반복되는 조사 과정에서 시간과 정신적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전문의는 “신고한 뒤 신분이 노출된 적이 있다”며 “이후 신고를 꺼리게 됐다”고 말했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의료인을 상대로 아동 학대 관련 교육을 활성화하고, 신고한 의료인에 대한 보호 장치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입력하는 진료 정보 등을 토대로 아동 학대가 의심될 때 자동으로 신고되는 시스템 도입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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