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공장 주변은 잿빛하늘… 한국 오염물 기준치, 왜 독일보다 4배 많을까

박상현 기자 2023. 4. 8.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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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일 모두 폐기물 태워
남은 재를 시멘트 재료로 활용
지난 달 31일 중부 지방의 한 시멘트 공장 주변이 잿빛으로 뿌옇다. 국내 초미세 먼지 발생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시멘트 공장에 대한 대기오염 물질 관리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독자제공

초미세 먼지(PM2.5)로 전국 하늘이 탁했던 지난달 31일 오전 중부 지방의 한 시멘트 공장. 공장 굴뚝에서 나온 분진(粉塵)이 뿌연 대기 중으로 흩어지며 잿빛 하늘을 더 어둡게 만들었다. 이 분진에는 초미세 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이 다량 포함돼있다. 미세 먼지에 초미세 먼지를 더하는 셈이다. 정오가 돼도 안개에 미세 먼지가 달라붙어 생긴 연무(煙霧)가 시야를 가렸고, 입과 코가 텁텁할 정도였다.

짧은 봄비가 그치고 전국이 다시 미세 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국내 초미세 먼지 발생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시멘트 공장에 대한 대기오염 물질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세계 주요국은 각종 쓰레기를 시멘트 제조 설비인 소성로(燒成爐·일종의 가마) 연료와 시멘트 원료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 방법으로 시멘트 공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신 ‘폐기물 이용 시멘트 공장’의 대기오염 배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기준이 헐겁다는 지적이다.

7일 환경부가 폐기물의 소성로 반입을 허용한 우리나라와 독일의 질소산화물(초미세 먼지 주범) 배출 기준을 비교한 결과 독일은 77ppm, 한국은 270ppm이었다. 독일은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97ppm으로 유지해오다 2006년 기준을 더 강화했다. 우리나라도 2007년 1월 이후 세워진 공장에 대해선 배출 기준을 80ppm으로 정했다. 그런데 2007년 이후 국내에 새로 지어진 시멘트 공장은 사실상 없다. 2007년 이전 공장에는 기존 기준인 270ppm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꼼수 규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독일의 경우 질소산화물 외에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화수소, 불화수소 등 오염 물질에 대해선 당국이 원격감시체계(TMS)를 통해 감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가 측정’ 방식으로 업계에 맡겨두고 있다.

각국은 시멘트 소성로에 불을 때는 데 쓰는 화석연료를 쓰레기로 대체하고 있다. 타고 남은 소각재는 따로 매립할 필요 없이 시멘트에 섞어서 처리한다. 특히 한국은 소각재를 묻을 땅이 부족한 만큼 소각재를 시멘트 원료로 섞으면 매립지 확보 부담도 줄일 수 있다. 2019년 경북 의성에서 ‘쓰레기 산’이 문제 됐을 때도 시멘트 업계가 폐기물 상당수를 처리하면서 빠르게 해결됐다. 시멘트 업계가 폐기물을 처리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환경부가 폐기물을 쓰는 시멘트 업계의 오염물 배출 기줄을 헐겁게 했다는 비판이 있다. 같은 폐기물을 태우는 일반 소각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은 50ppm으로 시멘트 공장의 270ppm보다 훨씬 엄격하다. 재작년 기준 시멘트는 국내 질소산화물 최대 배출 업종이었다.

최근 전국 건설 현장들은 ‘시멘트 품귀’를 호소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국 시멘트 공장 소성로의 30%가량이 친환경 설비 구축 작업에 들어가면서 시멘트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초미세 먼지를 줄이려면 시멘트 공장의 대기 배출 기준을 유럽만큼 강화해야 하지만, 당장 건설 현장에 시멘트를 공급하려면 공장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유럽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멘트 업계의 친환경 전환을 차근차근 진행했지만, 한국은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오는 7월부터 ‘환경 오염 시설 허가 대상’에 시멘트업을 추가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행령의 대기오염 배출 기준도 여전히 선진국보다 헐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초미세 먼지 발생은 중국 영향도 크지만 국내 오염물질 관리가 허술한 탓도 있다”며 “자동차 배기 가스와 공장 굴뚝의 오염 물질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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