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불황땐… 첨단공정 한단계 점프해 돌파

임경업 기자 2023. 4. 8.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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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불황·호황 사이클 반복
챗GPT 등 조만간 수요급증 예고
업계 “과감한 투자가 승부 가를것”

반도체는 공급과 수요의 흐름에 따라 사이클을 반복한다. 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공급이 넘치거나, 수요가 줄어들면 불황이 찾아오고 불황 속에 기업들이 공급을 줄이면 다시 호황이 찾아오는 식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1996~1998년, 2008~2009년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생산량을 늘리다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초대형 불황기(다운사이클)를 겪었다. 지금이 세 번째 초대형 불황기인 셈이다.

반도체 시장의 후발 주자였던 삼성은 반도체 불황이 올 때마다 과감한 판단과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수십 개 기업을 경쟁에서 밀어내고 결국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됐다. 한때 전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과 미국·독일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위기 속에서도 삼성의 승부수가 매번 통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분기 적자를 냈던 것은 2008년 4분기다. 치열한 D램 치킨게임이 진행 중이었던 당시 삼성전자는 7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은 반도체 가동률을 낮추다 못해 아예 웨이퍼 투입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며 “삼성은 당시 주력이었던 80나노 D램 공정을 50나노 공정으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두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은 80나노에서 60나노로 넘어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는데, 삼성은 아예 한 단계를 건너뛰면서 승부를 건 것이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시점을 오히려 차세대 D램 설비 교체의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D램 경기가 개선되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멈췄던 경쟁사들은 멀찌감치 앞서가는 삼성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초반에도 삼성은 선제적인 12인치 웨이퍼 공정 도입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기존 설비 대비 가격은 70% 비싸고, 공장 내 공간은 50% 더 차지하는 설비였다. 당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막대한 영업적자를 보는 와중에, 삼성은 과감하게 12인치 설비와 공정을 도입했고 타사를 가격 경쟁력으로 압도하기 시작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 경기가 혹한기인 상황에서 투자를 줄이지 않는 것도, 과거 성공에서 얻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초대형 불황기에서도 누가 더 과감하게 투자하느냐에서 앞으로의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 챗GPT 등 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조만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의 8배에 달하는 D램과 최대 3배 수준의 낸드플래시가 들어간다”며 “AI가 데이터센터 수요 성장의 지속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한 큰손 고객들이 메모리 반도체 구매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다시 수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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