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쇼크… 쌓여있는 반도체 재고만 29조, 2분기도 적자 예상

박순찬 기자 2023. 4. 8.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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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줄고 공급과잉… 반도체 눈덩이 적자
삼성 반도체 공장 찾아간 경제부총리 - 추경호(앞줄 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경계현(앞줄 왼쪽) 삼성전자 대표와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wafer)를 살펴보고 있다. 추 부총리는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생명줄과 같은 산업”이라며 “초격차 확보를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삼성전자가 7일 25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 감산(減産)을 선언했다. 그간 2·3위 업체인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일제히 감산에 돌입하며 삼성의 동참을 호소했을 때도 삼성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홀로 고수해왔다.

PC·스마트폰·서버 등 메모리 반도체 수요처가 일제히 얼어붙은 가운데 과잉 공급이 지속되면 가격이 끝없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가 다함께 감산해 위기를 넘자는 신호였지만 압도적 강자인 삼성은 이를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기회로 여겨왔다. 하지만 결국 삼성 역시 심각한 반도체 불경기를 버텨내지 못했다. 감산을 하지 않을 경우 감내해야 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올 1분기 반도체에서 4조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

◇25년 만의 반도체 감산 선언

삼성전자의 감산 선언은 흔들리고 있는 한국 반도체의 위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글로벌 수요는 크게 줄었는데,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에서 제품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재고 자산은 작년 말 기준 29조576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급증했다. 특히 올 1분기에 삼성의 메모리 재고가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 것으로 예측되면서 삼성도 더 이상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랐다.

이미 감산에 돌입한 경쟁사들은 삼성을 향해 끊임없이 신호를 보냈다.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죄수의 딜레마’까지 언급했다. 이는 협동을 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으로 모두가 공멸하게 되는 상황을 일컫는다. 박 부회장은 “죄수의 딜레마처럼, 공급사가 3개뿐인 D램 시장에서 공급 초과로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 4조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 전자 기업인 삼성전자는 갤럭시S23의 판매 호조 덕분에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투자 재원 부족 등 심각한 문제에 맞닥뜨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투자 재원인 20조원을 빌리기도 했다. 연간 50조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가 반도체 업황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4~6%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삼성의 발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4.9% 급등했다.

◇”D램은 감산, 낸드는 물량전 지속”

다만 삼성은 감산을 선언하면서도 D램과 낸드 부문을 나눠 ‘투 트랙(two track·이중)’ 전략을 쓰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D램 생산량은 줄이지만, 낸드플래시에선 물량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D램과 낸드의 시장 사정이 다르다는 점이 삼성의 감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은 수차례의 치킨게임(감산 없이 계속 물량을 쏟아내 한쪽이 망할 때까지 저가 경쟁을 벌이는 것)을 거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의 ‘빅3′로 정리가 된 상태이다. 반면 낸드 시장은 여전히 여러 업체가 난립해 있다.

삼성도 이번 감산 발표에서 D램 부문에 방점을 뒀다. 삼성전자는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아래,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저전력, 고성능이 특징인 차세대 D램 규격 DDR5 반도체에 생산과 판매의 초점을 맞추고, 이전 세대인 DDR4 제품은 줄여나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낸드는 D램보다 기술 장벽이 낮다. 적자가 계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매물로 나오면서 삼성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삼성전자는 “치킨게임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를 민감한 안보 문제로 여기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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