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의 감산… 버티던 삼성도 손들었다
반도체 4조원대 적자 추정, 메모리 반도체 감산 공식화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의 여파로 1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지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1~3월)에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거뒀다는 잠정 실적을 7일 발표했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14조1200억원) 대비 96% 하락한 수치다. 적자를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1조원 이하 분기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1분기(47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어닝쇼크(earning shock·실적 충격)’의 원인은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극심한 불황이다. 삼성은 잠정 실적에서 사업 부문별 실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가 4조3000억원 안팎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IT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반도체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돼 전사(全社)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 수요 감소와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경기 부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반도체 적자에도 흑자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 사업 덕분이다.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 S23 시리즈가 유럽, 인도, 중동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전작(前作)을 뛰어넘는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최근 10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스마트폰의 예상 영업이익은 3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 밖에 디스플레이가 1조2000억원, 전장(자동차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과 TV·가전도 합산 4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겠다며 ‘감산(減産)’을 공식 선언했다. 세계 1위 메모리 기업인 삼성의 공식 감산 선언은 1998년 9월 이후 25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경쟁사와 달리 적자를 감내하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메모리 반도체 불경기를 경쟁사를 따돌리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예상보다 불황이 길어지고 적자 폭이 커지자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삼성의 감산으로 공급이 감소하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고, 업황 반등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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