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서 부끄럽다고? 그 수치심은 조작됐다
남정미 기자 2023. 4. 8. 03:03
셰임 머신
캐시 오닐 지음|김선영 옮김|흐름출판|320쪽|1만8500원
“본인이 뚱뚱하단 거 몰라요?”
미국 수학자인 저자는 박사 시험 통과 후 기쁜 마음으로 쿠키를 구우려다, 점원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계산대에 밀가루, 설탕, 초콜릿 칩을 올려놓은 참이었다. 이때 저자가 겪은 감정은 ‘걱정으로 포장된 무례함’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수치심.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강해서 마침내 자존심을 산산조각 내는 수치심이다. 그는 물건을 챙겨 서둘러 매장을 빠져나온다.
뚱뚱한 사람은 수치심을 느껴도 된다고 누가 정했을까. 전작 ‘대량살상수학무기’로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밝혀낸 저자가 오랫동안 자신을 위축시킨 비만에 대한 자기혐오가 왜곡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추적을 시작한다. 다이어트 산업, 대중의 혐오를 조장해 광고 효과를 얻는 소셜미디어 등 한 개인이 수치심을 느낄수록 기업은 돈을 벌고 정부는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해 이를 묵인하는 시스템을 고발한다. 이른바 ‘수치심 머신(shame machine)’이다. 한국에도 이 기계가 작동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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