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식당 뽑는 ‘미식계 아시안게임’… ‘K푸드’ 성적은?

싱가포르/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3. 4.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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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2023 아시아 50 베스트’
싱가포르 발표 현장

“15위는 서울의 ‘모수’! 14위는 와카야마(일본)의 ‘빌라 아이다’! 13위는 홍콩의 ‘더 체어맨’!…”

순위와 식당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행사장 곳곳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달 28일 싱가포르에서 ‘2023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이하 A50B)’이 발표됐다. 아시아 최고의 음식점을 가리는 A50B가 열린 건 2019년 이후 4년 만으로, 코로나가 창궐한 2020~2022년에는 온라인 발표만 이뤄졌다.

'2023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된 셰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50베스트레스토랑

스포츠계에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올림픽이 있다면, 미식계에는 세계 최고 식당을 뽑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이하 W50B)’이 있다. A50B는 W50B의 지역 또는 하위 리그로, 아시안게임에 해당한다. W50B는 ‘미쉐린 가이드’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2002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다. 올해로 123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쉐린 가이드는 오랜 세월 누적된 평가를 바탕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별을 받는 식당이 크게 바뀌지 않아 단조롭고, 21세기 들어 외식업계의 빠른 변화를 제대로 반영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미쉐린이 월급 받고 고용된 전문 평가자(인스펙터)의 암행 평가에 의해 어떤 식당이 별을 받을지 결정되는 반면, W50B는 요리사·음식 기자·외식업자 등 세계 각국 음식·외식 전문가 1000여 명이 투표로 매년 순위를 정한다. 2013년 시작된 A50B는 아시아의 W50B 투표위원 300여 명이 W50B와 별도로 선정한다. 순위 변동 폭이 크고 역동적이다. 미쉐린이 ‘프랑스에서 확립된 미식의 기준에 따라 어떤 식당이 최고(best)냐’를 가린다면, W50B와 A50B는 ‘외식 트렌드를 선도하는 첨단 식당이 어디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한마디로 유행에 민감한 랭킹이다.

'2023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순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나라 단위로 출전하고 메달을 집계하는 반면, W50B와 A50B는 도시별로 식당의 소속을 발표한다. A50B 관계자는 “국가명 언급이 예민한 부분이 있어 도시명으로 수상하고 국가명 언급은 중단했다”고 했다. 주로 중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의 관계가 애매해 벌어진 현상이다. A50B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이번 50위 안에 든 식당들을 국가별로 취합해봤다. 일본이 식당 10곳으로 1위, 태국과 싱가포르가 9곳으로 공동 2위, 홍콩이 5곳으로 4위, 한국과 중국이 4곳으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이어 인도(3곳), 필리핀(2곳), 대만·베트남(각 1곳)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방콕과 싱가포르가 각각 9곳으로 가장 많은 레스토랑을 올해 A50B에 올렸다. 특히 방콕은 ‘르두(Le Du)’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위에서 3계단 뛰어오른 르두는 전통 태국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능하다는 평가다. 도쿄는 7개 식당을 A50B에 올렸다. 도쿄 ‘세잔(Sezanne)’은 마지막까지 르두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다 2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인 총주방장 다니엘 칼베르가 아시아 식재료를 활용한 정통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세잔은 지난해 17위였다. 홍콩은 5개 식당이 A50B에 진입하며 방콕과 싱가포르를 바짝 추격했다.

'2023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1위에 오른 방콕 '르두'(왼쪽)와 15위에 오른 서울 '모수'의 음식./50베스트레스토랑

서울은 4곳으로 아시아 도시 중 다섯째로 많은 식당을 A50B 랭킹에 집어넣었다. 모던 한식 레스토랑 ‘모수’는 지난해 27위에서 15위로 껑충 뛰며 서울·한국 식당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모수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3′에서 2스타에서 최고 등급인 3스타로 승급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가 2017년 서울에서 평가를 시작한 이후 3스타 식당이 바뀐 건 모수가 처음이었다. 옛 조리법과 새로운 재료를 접목해 현대의 메뉴로 이끌어내는 ‘온지음’은 23위(지난해 30위), 모던 한식당 ‘밍글스’는 28위(지난해 16위), 한우 오마카세를 유행시킨 ‘본앤브레드’는 지난해 순위에서 빠졌다가 올해 47위로 재진입했다.

서울 레스토랑들은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순위가 크게 올라 ‘K푸드’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싱가포르 식당으로 분류되지만 17위에 오른 ‘메타(Meta)’는 김선옥 셰프, 50위권 바깥이지만 83위에 오른 ‘내음(Nae:um)’은 한석현 셰프가 주방을 총괄하며 한식의 맛과 재료를 선보이고 있다. 이정윤 다이닝미디어아시아 대표는 “A50B 공식 후원사 산펠레그리노가 주관하는 ‘영 셰프 아카데미‘ 오찬 행사를 맡은 싱가포르 출신 이언 고 셰프가 ‘아시아에 일식과 한식만 있는 게 아니라 싱가포르·말레이·베트남 등 동남아 음식도 있다는 걸 세계에 알려주고 싶다’고 말하는 걸 듣고 ‘한식의 위상이 그 정도라고?’ 싶어 놀랐다”며 “한식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방증 같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2023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된 ‘모수’ ‘온지음’ ‘밍글스’ ‘본앤브레드’ 등 한국 레스토랑 셰프들./50베스트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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