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뒷날개]이토록 솔직한 업무일지라니!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인문사회팀장 2023. 4.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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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차 출판편집자인 저자의 이번 첫 에세이는 '업무일지가 이렇게 솔직해도 괜찮을까?'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여러 출판사를 거치며 그림책, 세계문학전집, 경제경영서 편집을 익혔다.
저자는 작가에게 "책을 성공시켜 10층 빌딩을 올리겠다" "돈을 산처럼 쌓아놓고 파티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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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차 출판편집자의 첫 에세이
어려움은 ‘솔직함’으로 돌파해야
◇편집자의 사생활/고우리 지음/248쪽·1만6000원·미디어샘
어려움은 ‘솔직함’으로 돌파해야
◇편집자의 사생활/고우리 지음/248쪽·1만6000원·미디어샘
16년 차 출판편집자인 저자의 이번 첫 에세이는 ‘업무일지가 이렇게 솔직해도 괜찮을까?’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사생활을 공개할 때 솔직해지기란 마치 검사받는 일기 쓰기처럼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가 걱정할 만큼 솔직한 글은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김영사, 문학동네, 한겨레출판 등 다양한 출판사에서 일해 온 저자는 지난해 ‘마름모’라는 1인 출판사를 차렸다. 편집자는 남의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전까지 편집자들이 직접 쓴 책들은 ‘편집자란 무엇인가’(김학원), ‘편집자 되는 법’(이옥란)처럼 주로 직업 교과서에 가까웠다.
이 책은 편집자가 겪는 조직 생활, 클라이언트와의 만남, 교정교열에서 마케팅 실무까지 편집자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출판하는 마음’(은유)이나 ‘편집자의 마음’(이지은)의 계보를 잇는 책이다.
저자는 여러 출판사를 거치며 그림책, 세계문학전집, 경제경영서 편집을 익혔다. 그러한 과정 가운데 인문교양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자신의 강점을 확인했다.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우석훈)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이민경)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정지우) 등이 그의 기획 리스트다. 하지만 성공작이더라도 인문서는 출판계에서 ‘비주류의 비주류’로 통한다. 문학에 비해서도, 실용서에 비해서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는 저자의 방법론은 바로 ‘솔직함’이다.
“노는 게 제일 좋은 탱자탱자 편집자”라는 한 줄 소개처럼 저자의 일상은 작가, 디자이너, 다른 편집자와 놀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는 작가에게 “책을 성공시켜 10층 빌딩을 올리겠다” “돈을 산처럼 쌓아놓고 파티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필자의 경험상 이렇게 가볍게 말하는 편집자가 실제로 능력 있는 경우가 많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엄하게 일침만 날리는 폐단에 빠지지 않고 좋은 책을 만들면서도 살아남겠다는 의식이 투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또한 교과서적인 이야기 아닌가? 공자님부터 자신이 옥이라면 나가서 팔아야 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저자는 이 책을 왜 써야 했을까?
지난해 출간된 마름모 출판사의 두 번째 책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폴 김, 김인종)은 정신질환자 가족들의 치유 과정을 다룬 르포다. 이 책을 읽은 한 독자가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정신질환자 가족과 산 이야기를 47분간 털어놓았다고 한다. 전화를 받으며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도 꺼내볼 때가 되었다고 느낀다. “나는 내가 경험하는 답을 가져야 합니다”와 같은 책 속 치유의 문장을 되뇌면서.
이는 저자가 내린 책의 정의에 들어맞는 사례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은 존재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야기를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 놓은 것”이라 말한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인문 에세이’는 인문학이라는 오래된 분야를 에세이라는 솔직한 스타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오늘의 출판 흐름을 포착한 업계인의 통찰이 빛난다.
김영사, 문학동네, 한겨레출판 등 다양한 출판사에서 일해 온 저자는 지난해 ‘마름모’라는 1인 출판사를 차렸다. 편집자는 남의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전까지 편집자들이 직접 쓴 책들은 ‘편집자란 무엇인가’(김학원), ‘편집자 되는 법’(이옥란)처럼 주로 직업 교과서에 가까웠다.
이 책은 편집자가 겪는 조직 생활, 클라이언트와의 만남, 교정교열에서 마케팅 실무까지 편집자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출판하는 마음’(은유)이나 ‘편집자의 마음’(이지은)의 계보를 잇는 책이다.
저자는 여러 출판사를 거치며 그림책, 세계문학전집, 경제경영서 편집을 익혔다. 그러한 과정 가운데 인문교양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자신의 강점을 확인했다.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우석훈)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이민경)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정지우) 등이 그의 기획 리스트다. 하지만 성공작이더라도 인문서는 출판계에서 ‘비주류의 비주류’로 통한다. 문학에 비해서도, 실용서에 비해서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는 저자의 방법론은 바로 ‘솔직함’이다.
“노는 게 제일 좋은 탱자탱자 편집자”라는 한 줄 소개처럼 저자의 일상은 작가, 디자이너, 다른 편집자와 놀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는 작가에게 “책을 성공시켜 10층 빌딩을 올리겠다” “돈을 산처럼 쌓아놓고 파티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필자의 경험상 이렇게 가볍게 말하는 편집자가 실제로 능력 있는 경우가 많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엄하게 일침만 날리는 폐단에 빠지지 않고 좋은 책을 만들면서도 살아남겠다는 의식이 투철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또한 교과서적인 이야기 아닌가? 공자님부터 자신이 옥이라면 나가서 팔아야 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저자는 이 책을 왜 써야 했을까?
지난해 출간된 마름모 출판사의 두 번째 책 ‘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폴 김, 김인종)은 정신질환자 가족들의 치유 과정을 다룬 르포다. 이 책을 읽은 한 독자가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정신질환자 가족과 산 이야기를 47분간 털어놓았다고 한다. 전화를 받으며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도 꺼내볼 때가 되었다고 느낀다. “나는 내가 경험하는 답을 가져야 합니다”와 같은 책 속 치유의 문장을 되뇌면서.
이는 저자가 내린 책의 정의에 들어맞는 사례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은 존재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야기를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 놓은 것”이라 말한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인문 에세이’는 인문학이라는 오래된 분야를 에세이라는 솔직한 스타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오늘의 출판 흐름을 포착한 업계인의 통찰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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