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모래로 쌓은 문명, 모래 고갈로 위기

이지윤 기자 2023. 4.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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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많이 추출되고 있는 자원은?'이란 질문에 '석유'라고 답했다면 오답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자원은 바로 '모래'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해마다 추출되는 모래의 양은 470억∼590억 t으로, 석유 추출량(130억 t)보다 4배가량 많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자원이라고 생각조차 않던 모래에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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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전쟁/이시 히로유키 지음·고선윤 옮김/272쪽·1만6800원·페이퍼로드
‘세상에서 가장 많이 추출되고 있는 자원은?’이란 질문에 ‘석유’라고 답했다면 오답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자원은 바로 ‘모래’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해마다 추출되는 모래의 양은 470억∼590억 t으로, 석유 추출량(130억 t)보다 4배가량 많다. UNEP는 2060년의 모래 소비량이 820억 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자원이라고 생각조차 않던 모래에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래는 현대문명의 빛나는 발전에 기틀이 됐다.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도시에는 고층빌딩이 빼곡히 들어섰고 건축공사가 이어졌다. 이때 건설용 콘크리트 재료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모래다. 특히 아시아, 중동 등에서 도시 건설 붐이 일며 모래 수요는 급격히 증가했다. 초고층 빌딩의 40% 이상이 몰린 중국에서는 콘크리트가 연간 24억 t씩 소비된다. 이 외에도 모래는 스마트폰, 에어컨 등 우리를 에워싼 각종 전자기기 속 반도체의 주원료 중 하나다.

모래의 고갈은 생태계를 파괴했다. 중국 최대 담수호인 포양호(鄱陽湖)는 주요 모래 채굴지 중 하나다. 원래는 철새의 중요한 도래지이자 풍부한 어종이 사는 생태계였다. 그러나 호수의 수심이 바뀌고 퇴적물이 떠오르자 새들은 먹이를 구할 수 없었다. 세계에 단 4종뿐인 양쯔강돌고래는 멸종 위기에 몰렸다.

모래 상실의 주범인 인간 역시 그 역풍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에 발생한 지진의 영향으로 스리랑카에는 초대형 쓰나미가 덮쳤다. 사망자는 총 3만5322명에 달했다. 저자는 “파도를 막아줄 맹그로브 숲이 모래 추출로 인해 급감하면서 피해가 악화했다”며 “모래를 불법으로 채굴해 매매하는 ‘모래 마피아’들이 10년간 모래 보호 활동가, 언론인 등 수백 명을 살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공유지의 비극’인 모래 고갈을 막지 않으면 아름다운 해변도, 달콤한 먹거리도, 따뜻한 집마저도 사라질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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