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자아는 腦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나의 뇌일까? 내가 ‘나’라고 믿는 존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최근의 AI 연구는 인간의 ‘자아’까지도 알고리즘의 형태로 구현하고자 시도한다. 나라는 존재는 뇌 안에서 만들어지고, 뇌 안의 ‘나’를 구성하는 요소를 모두 파악해 디지털 데이터의 형태로 복사하거나 재현하면 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믿음의 기반에는 ‘신경 본질주의(neuro-essentialism)’가 있다. 모든 것이 ‘뇌’에서 결정된다고 믿는 이러한 태도는, 오래 전부터 모든 것을 인간의 ‘영혼’으로 설명하려던 서양의 이원론적 접근법,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믿었던 우생학적 접근법과도 맞닿아 있다. 이는 MIT의 신경과학자 앨런 재서노프의 저서 ‘생물학적 마음’의 내용이다. 재서노프는 철학자 에이디나 로스키스를 인용하며 “우리 중 많은 사람은 우리의 뇌가 우리가 누구인지를 규정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뇌’로만 설명하려는 기계적인 접근법의 위험성이다. 2012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킨 제임스 홈스는 뇌과학을 전공한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그는 대학의 멘토에게 자신의 병리학적 증상을 31쪽에 걸쳐 담은 실험 노트를 전달하며 “나는 ‘망가지고 부서진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류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조현병의 여러 증상을 진단받았지만, 과연 그의 행위가 뇌로만 설명될 수 있을까.
재서노프는 정신 질환을 뇌만의 병리로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유전자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더 강력하게 관찰되는 것은 환경과 경험의 영향이다. 생활수준이 낮고 사회 해체가 만연한 지역의 조현병 발현율은 일관되게 높고, 차별과 소외를 경험한 소수집단의 발병 위험이 더 높다. 이혼이나 사별, 소득과 교육 수준과도 높은 상관 관계를 보인다. 정신 질환은 우리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다양한 관점들을 제공하는데, ‘생물학적인 마음’은 뇌뿐 아니라, 몸, 그리고 그 몸을 둘러싼 환경과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이 핵심적이다.
뇌를 모델로 시작된 인공지능 연구는 이제 뇌조차도 하나의 기계, 또는 핵심적인 기계 부품으로 바라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인 마음에는 기계의 비유가 들어맞지 않는다. 인간의 본질은 한 개인 안의 뇌로 정의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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