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의 수치심을 자극해 돈을 벌고 있다[책의 향기]
조종엽 기자 2023. 4.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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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인기를 모은 TV 프로그램 가운데 '더 비기스트 루저(The biggest loser)'라는 리얼리티 쇼가 있다.
누군가의 수치심을 자극해서 이익을 얻는 사회 시스템을 폭로한 책이다.
미국 버나드 칼리지 수학과 교수를 거쳐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상품 관련 수학 모형을 개발했던 저자는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통해 외모와 가난, 젠더, 피부색 등 여러 측면에서 수치심을 자극하고 정치·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수치심(셰임) 머신'이라고 정의하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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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감량-안티에이징-뷰티 산업… 이상적인 美의 기준 대중에 세뇌
SNS가 조롱거리 널리 퍼뜨릴 때, 플랫폼 기업은 트래픽 늘어 수익
◇셰임 머신/캐시 오닐 지음·김선영 옮김/320쪽·1만8500원·흐름출판
SNS가 조롱거리 널리 퍼뜨릴 때, 플랫폼 기업은 트래픽 늘어 수익
◇셰임 머신/캐시 오닐 지음·김선영 옮김/320쪽·1만8500원·흐름출판
미국에서 인기를 모은 TV 프로그램 가운데 ‘더 비기스트 루저(The biggest loser)’라는 리얼리티 쇼가 있다. 비만인 사람이 몸을 혹사하며 살을 빼는 과정을 보여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방송이 끝난 뒤 참가자들을 추적 연구한 결과 대부분은 수년에 걸쳐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갔고, 일부는 더 늘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이득을 얻은 건 비만인 몸매를 부각해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돈을 번 방송국뿐이었다.
누군가의 수치심을 자극해서 이익을 얻는 사회 시스템을 폭로한 책이다. 미국 버나드 칼리지 수학과 교수를 거쳐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상품 관련 수학 모형을 개발했던 저자는 플랫폼과 알고리즘을 통해 외모와 가난, 젠더, 피부색 등 여러 측면에서 수치심을 자극하고 정치·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수치심(셰임) 머신’이라고 정의하고 비판한다.
미국에서만 720억 달러(약 95조 원) 규모로 성장한 체중 감량 산업은 비만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사실 다이어트 사업 모델의 핵심은 고객의 실패에 있다. 미국의 대형 다이어트 업체 ‘웨이트 와처스’의 최고재무책임자는 “고객의 84%가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다시 우리 회사를 찾는다. 이것이 사업을 굴리는 원천”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뷰티와 안티에이징 산업 역시 이상적 미(美)라는 환상이나 노화에 대한 혐오를 자극한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결함에 대처하지 않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이처럼 수치심 산업은 ‘선택’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잘못은 부유해지고 날씬해지고 성공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은 개인에게 있으므로 ‘자책해도 싸다’는 것이 수치심 산업의 메시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약 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중독성 없는 진통제’라는 제약회사의 과장 광고에 속아 약물에 중독된 이들이 적지 않다. 저자는 정부와 사회가 중독자의 재활 사업에 힘쓰기는커녕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수치심에 가둔다고 지적한다. 이 틈새에서 엉터리 재활산업이 수익을 올린다.
거대 플랫폼 기업도 수치심을 매개로 돈을 번다. 조롱은 소셜미디어의 킬러콘텐츠다. 마트에서 뚱뚱한 여성 고객이 음료를 꺼내려다 매장 바닥에 엎어진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되풀이해 공유됐고, 여성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구글 등 디지털 기업은 이 같은 온라인에서의 조롱으로 이윤을 얻을 뿐 아니라, 이를 더욱 악용하고 퍼뜨린다.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 사이에 혐오 정서를 퍼뜨리는 최적의 값을 찾으면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트래픽과 광고 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업과 금융, 교육, 치안 분야에서 많은 알고리즘이 편향적이며 주로 빈곤층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것을 고발한 전작 ‘대량살상 수학무기’를 내 주목받은 바 있다.
수치심 산업과는 반대로 부당한 권력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는 것은 개혁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연구원이던 팀닛 게브루는 인종차별을 비롯한 여러 편향이 구글의 AI에 반영될 가능성을 지적한 논문을 썼지만 구글은 철회를 요구했다. 구글은 철회를 거부하고 회사를 비판한 게브루를 해고했지만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악해지지 말자’가 사훈인 구글은 사내외의 비판에 할 말이 없었고, 결국 최고경영자가 사과했다. 저자는 “수치심의 화살은 부당한 권력을 향해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에서만 720억 달러(약 95조 원) 규모로 성장한 체중 감량 산업은 비만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사실 다이어트 사업 모델의 핵심은 고객의 실패에 있다. 미국의 대형 다이어트 업체 ‘웨이트 와처스’의 최고재무책임자는 “고객의 84%가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다시 우리 회사를 찾는다. 이것이 사업을 굴리는 원천”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뷰티와 안티에이징 산업 역시 이상적 미(美)라는 환상이나 노화에 대한 혐오를 자극한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결함에 대처하지 않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이처럼 수치심 산업은 ‘선택’이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잘못은 부유해지고 날씬해지고 성공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은 개인에게 있으므로 ‘자책해도 싸다’는 것이 수치심 산업의 메시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약 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중독성 없는 진통제’라는 제약회사의 과장 광고에 속아 약물에 중독된 이들이 적지 않다. 저자는 정부와 사회가 중독자의 재활 사업에 힘쓰기는커녕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수치심에 가둔다고 지적한다. 이 틈새에서 엉터리 재활산업이 수익을 올린다.
거대 플랫폼 기업도 수치심을 매개로 돈을 번다. 조롱은 소셜미디어의 킬러콘텐츠다. 마트에서 뚱뚱한 여성 고객이 음료를 꺼내려다 매장 바닥에 엎어진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되풀이해 공유됐고, 여성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저자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구글 등 디지털 기업은 이 같은 온라인에서의 조롱으로 이윤을 얻을 뿐 아니라, 이를 더욱 악용하고 퍼뜨린다.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 사이에 혐오 정서를 퍼뜨리는 최적의 값을 찾으면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트래픽과 광고 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업과 금융, 교육, 치안 분야에서 많은 알고리즘이 편향적이며 주로 빈곤층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것을 고발한 전작 ‘대량살상 수학무기’를 내 주목받은 바 있다.
수치심 산업과는 반대로 부당한 권력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는 것은 개혁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연구원이던 팀닛 게브루는 인종차별을 비롯한 여러 편향이 구글의 AI에 반영될 가능성을 지적한 논문을 썼지만 구글은 철회를 요구했다. 구글은 철회를 거부하고 회사를 비판한 게브루를 해고했지만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악해지지 말자’가 사훈인 구글은 사내외의 비판에 할 말이 없었고, 결국 최고경영자가 사과했다. 저자는 “수치심의 화살은 부당한 권력을 향해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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