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 우려에 ‘MZ 놀이터’ 틱톡 규제… “Z세대 뺨 때리는 격” [글로벌 포커스]

이채완 기자 2023. 4.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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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틱톡과의 전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
美 인구 절반이 사용하는 ‘틱톡’… 中 정보유출 논란에 퇴출 움직임
주 사용자 젊은층 반발 거센 반면… 중·노년층 과반은 앱 금지 ‘찬성’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35세 미만 모든 유권자 잃을 것”
《美 ‘틱톡 퇴출’ 세대갈등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미국에서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인구 절반에 육박하는 1억5000만 명이 즐기니 가히 ‘국민 앱’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틱톡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침투한 정찰풍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틱톡 규제가 전 세계로 번지는 가운데 주 이용자인 젊은 세대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성인들이 하루에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하는 앱은 무엇일까.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도,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로 꼽히는 페이스북도 아니다. 정답은 바로 ‘틱톡’.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가 2017년 9월 출시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다.

미국은 틱톡에 중국 다음으로 가장 큰 수익을 안겨주는 나라다. 전체 인구 3억4000만 명 중 약 1억5000만 명이 틱톡 이용자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수년간 주도해온 ‘틱톡 퇴출’ 움직임이 최근 본격화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강경파들이 “틱톡은 중국의 트로이목마”라며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틱톡에 열광하는 젊은층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역풍’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 ‘쇼트폼’ 시대 연 틱톡, 누적 다운로드 40억 회

2017년 9월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틱톡은 ‘쇼트폼’(Short-form·1분 이하의 짧은 동영상)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용자들은 몇 번의 터치로 15초 남짓한 짧은 영상을 찍어 공유한다. 유튜브와 달리 비싼 장비도, 고도의 편집 능력도 필요 없다. 전 세계 150여 개국의 틱톡 사용자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무수한 주제의 영상을 쏟아내고 있다.

틱톡의 성장세는 무섭다. 지난해에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지금까지 40억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지난해 2분기(4∼6월) 전 세계 틱토커들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95분으로 유튜브(74분), 인스타그램(51분), 페이스북(49분)을 훌쩍 넘어섰다. 모바일 시장분석 서비스 앱에이프는 틱톡 전체 이용자 중 77.5%가 13∼34세라고 분석했다. 틱톡이 전 세계 MZ세대의 놀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글로벌 소셜미디어 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미국에서도 틱톡 돌풍은 거세다. 미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의 지난해 7월 발표에 따르면 미국 성인들이 하루에 틱톡을 이용하는 시간은 45.8분으로 유튜브(45.6분)를 제쳤다. 트위터와 스냅챗,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미국에서 만들어진 다른 플랫폼들의 이용 시간은 30분대에 머문다. 광고시장 분석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트는 틱톡의 올해 미국 내 광고 매출은 36% 급증한 68억3000만 달러(약 8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 “미국인 주머니 속으로 들어온 신냉전”

미국 연방하원이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안보 위협과 관련해 청문회를 연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틱톡을 금지하라’는 문구가 적힌 옷을 입은 시민들이 틱톡 퇴출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하지만 “틱톡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미국을 필두로 유럽, 아시아 각국이 틱톡 퇴출 움직임에 나서면서 이런 폭발적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미 하원에서 열린 ‘틱톡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틱톡은 스마트폰에 있는 정찰풍선”이라며 매섭게 공격했다. 최근 한 달간 프랑스, 영국, 호주, 인도 등도 잇따라 틱톡 금지에 동참하고 나섰다.

미국의 틱톡에 대한 강한 불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 가짜뉴스 확산 등의 이유로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틱톡은 행정명령에 근거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틱톡의 손을 들어줘 행정명령은 무효가 됐다.

2021년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공세를 다소 낮췄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미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바이트댄스 본사 회의 녹취록을 입수해 정보유출 의혹을 보도하는 등 ‘정황증거’들이 제시되면서 다시 ‘퇴출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중국 안에서 모든 것이 보인다”라는 틱톡 직원의 발언 등이 담겨 있었다. 현재는 미 연방정부를 비롯해 20여 개 주정부가 모든 IT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20개 이상의 공립대학도 교내 와이파이를 이용해 틱톡을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했고, 학생들에게도 틱톡 삭제를 권장하고 있다.

미 정치권도 초당적으로 틱톡을 몰아붙이고 있다. 공화당 소속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에너지·상업위원장은 ‘틱톡 청문회’에서 “중국 공산당이 미국 전체를 조종하는 데 틱톡을 사용할 수 있다”며 “틱톡은 미래 세대를 착취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무기”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간사 프랭크 펄론 의원도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비호하에 있는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신무기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틱톡 퇴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틱톡의 데이터 수집 능력이 남다르다는 점이다. 틱톡은 사용자가 특정 영상을 보는 시간과 댓글 게재 여부 등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피드를 제공한다. ‘틱톡은 본인보다도 사용자를 더 잘 알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사이버안보 전문가 샘 색스는 뉴욕타임스(NYT)에 “틱톡이 (향후) 미국을 위협하거나 불안정하게 할 콘텐츠를 우선순위로 노출하도록 결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 정치권은 중국 정부가 틱톡에 ‘백도어’(특정 정보를 훔쳐볼 목적으로 기기나 소프트웨어에 몰래 심어두는 프로그램)를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7년 도입된 중국 국가보안법은 “기업과 시민은 국가 정보 업무를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정부가 이를 근거로 미국인의 데이터를 모아 대미 첩보활동이나 정치 선동전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의 사프나 마헤슈와리 기자는 “틱톡은 티베트 독립, 톈안먼 학살 등 중국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한 비디오를 검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틱톡은 중국 정부와 무관하다고 항변한다. 저우서우쯔(周受資)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청문회에서 “우리는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콘텐츠를 홍보하거나 삭제하지 않는다”며 본인 역시 중국 본토가 아닌 싱가포르 화교 출신임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틱톡이 데이터를 미국으로 옮겨 미국 기업인 오라클이 관리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美 Z세대 “젊은이들 뺨 때리는 격” 반발

‘틱톡 청문회’ 하루 전날인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 틱토커 20여 명이 미 국회의사당 앞에서 ‘틱톡을 지키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틱톡 퇴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이 ‘틱톡과의 전쟁’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론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로선 틱톡 사용자 다수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 유권자라는 점이 큰 딜레마다. 지난달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8년 중간선거 이후로 민주당이 선전해 온 것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틱톡 금지령은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젊은 유권자들이 틱톡을 통해 각종 뉴스를 접한다는 점을 알고 틱톡을 홍보 경로로 활용해 왔다. 미 터프츠대가 지난달 3일 18∼29세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뉴스를 접하는 주된 경로로 틱톡을 꼽았다. 미 비영리단체 ‘민주주의 확보를 위한 연합’이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하원 주지사 후보 중 틱톡 계정을 갖고 있는 비율은 공화당에선 12%뿐이었지만 민주당 후보는 34%로 훨씬 높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틱톡 금지가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틱톡 금지 법안에 반대하며 “35세 미만의 모든 유권자를 영원히 잃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정치 컨설턴트는 WSJ에 “틱톡은 Z세대 사이에서 특히 지배적인 플랫폼이다”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틱톡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유권자의 반발은 벌써부터 거세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청문회 이후 틱톡에선 ‘#미국정부는정말별로다(US government sucks)’라는 해시태그가 인기를 끌었다. 한 틱토커(틱톡 인프루언서)는 “미국 정부는 중국이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틱톡을 사용하고 있다고 걱정하지만, 미국 정부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 정부 자체다”라고 반발했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영상을 올렸던 유명 틱톡커 에이든 콘 머피(19)는 NBC방송에 “만약 미국 정부가 틱톡을 금지한다면 수많은 젊은 미국인의 뺨을 때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WP는 틱톡 규제가 이제 ‘주머(Zoomer·줌을 쓰는 Z세대) 대 부머(베이비붐 세대)’, 즉 세대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치적, 경제적 힘을 가진 기성세대가 틱톡 금지 논의를 이끌고 있지만 틱톡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 유고브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틱톡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0세 미만에선 37%에 그친 반면에 45∼64세에선 60%, 65세 이상에선 75%를 기록했다. ‘틱톡이 미국 내에서 금지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30세 미만 응답자는 39%만이 찬성했지만, 45∼64세에선 65%가, 65세 이상은 83%가 찬성했다.

● “틱톡 금지, 표현의 자유와 충돌” 지적도

틱톡 금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핵심 가치, 즉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 수정헌법 1조는 ‘의회는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0년 트럼프 전 행정부가 틱톡 금지를 추진했을 때 제동이 걸렸던 것도 수정헌법 1조 때문이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수정헌법 1조는 정부의 검열이나 억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암묵적 연결고리”라며 “틱톡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것은 미국 사회의 핵심 강점인 개방성을 해친다”고 분석했다. 컬럼비아대 ‘수정헌법 1조 기사 연구소’의 자밀 재퍼 이사도 로이터통신에 “매일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앱의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디지털 공공영역의 규제 범위를 확장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틱톡이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트로이 목마’라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CNN방송은 지난달 21일 “중국 정부가 실제로 틱톡을 사용해 사람들을 추적했다는 공개된 증거가 아직 없다”고 보도했다. 롭 조이스 미 국가안보국(NSA) 사이버보안국장은 지난해 12월 틱톡에 대한 보안 우려를 명확히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는 대신 “장전된 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폴리티코 역시 “중국 정부 개입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앱이 언젠가 무기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만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앱 외교전’은 당분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신(新)냉전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 주머니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린지 고먼 마셜펀드 기술담당 연구원은 WSJ에 “지정학적 고려 없이 미중 간의 비즈니스가 지속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틱톡 갈등은)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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