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얀·조성진의 소속 음반사 회장 “우리는 음악가들의 왕 아닌 하인”
클래식 영상 사업 논의 위해 내한
“아시아는 클래식 시장의 블루오션”
지휘자 카라얀(1908~1989),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80), 그리고 피아니스트 조성진(28)까지 세계 정상급 음악인들의 소속 음반사가 125년 역사의 명문 도이치그라모폰(DG)이다. 9년째 DG를 이끌고 있는 독일 출신 클레멘스 트라우트만(46) 회장의 별명도 ‘DG 킹(King)’이다. 6일 방한(訪韓) 인터뷰에서 이 별명을 들려주자 그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우리는 음악가들의 왕이 아니라 하인(servant)일 뿐”이라며 손사래 치며 웃었다.
겸양 섞인 답변이지만 그는 2015년 DG 회장 취임 이후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소프라노 박혜상 등 한국 음악가들과 잇따라 전속 계약을 체결한 주역이다. 트라우트만은 “취임 직후에 가장 먼저 했던 일 가운데 하나가 조성진과의 계약이었다. 그는 단지 쇼팽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넘어서 예술적 성숙성과 도전, 끈질긴 성실성을 보여주는 음악인”이라고 평했다.
조성진은 최근 DG를 통해서 내놓은 6번째 정규 음반 ‘헨델 프로젝트’로 빌보드 클래식 차트 정상을 밟았다. 트라우트만은 “50여 년째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명(名)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처럼 조성진도 앞으로 40~50년간 함께 가는 아티스트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봄소리와 박혜상 역시 각각 세 번째와 두 번째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다.
트라우트만은 독일 뤼베크 음대와 미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한 음악인 출신이다. 베를린 필의 전 클라리넷 수석인 자비네 마이어를 사사한 뒤 독일 명문 음악제에서 상을 받고 음반도 녹음했다. 하지만 법학으로 전공을 바꿔서 고향 함부르크의 로스쿨을 졸업했다. 트라우트만은 “어릴 적부터 실내악이나 협연을 즐겼지만, 30~40년간 오케스트라나 음대에서 활동할 끈기나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변호사가 된 그는 ‘디 벨트’ ‘빌트’ 등을 소유한 독일 굴지 미디어 그룹인 악셀 스프링거에서 온라인 부문 책임자로 6년간 근무했다. 트라우트만은 “언제나 제 삶은 음악과 바깥세상의 교차로와 접점에 있었다”고 했다.
DG 회장 취임 이후 그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한·중·일(韓中日) 시장이다. 트라우트만은 “아시아는 분명 클래식 시장의 미래이자 블루오션”이라고 했다. 미국·유럽의 클래식 시장이 사실상 정체에 접어든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가 아시아라는 뜻이다. 최근 그의 스케줄이나 행보를 보면 결코 빈말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는 2주마다 아시아 출장을 잡았다. 최근에는 상하이 심포니 음악 감독인 중국 지휘자 유롱,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히사이시 조와도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날도 그는 방한하자마자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아가 영상 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트라우트만은 “조성진·랑랑 같은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의 음반과 라이브 공연, 다큐멘터리와 인터뷰까지 모든 것을 담아내는 든든한 토대를 온라인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배포 두둑한 답변 역시 ‘DG킹’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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