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디딜틈 없는 용리단길... 용산, 관광·쇼핑 메카로 뜬다
지난 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 300m 남짓한 골목길. 행정 주소는 ‘한강로 2가’지만, 흔히 ‘용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초저녁 시간인데도 이 골목길 양편에 들어선 고깃집과 주점 등 50여 가게는 대부분 만석이었다. 회사원 김모(31)씨는 “퇴근하자마자 왔는데도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며 “이곳 유명 맛집들은 워낙 손님이 많아 예약도 잘 안 받는다”고 했다. 이곳에서 한 블록 들어간 골목 사이사이에도 피자집, 디저트 전문점 등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이곳 주민 최모(58)씨는 “2~3년 전만 해도 평범한 빌라촌 골목길이었는데, 지금은 평일에도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말했다.
용산이 서울 도심의 새로운 관광·쇼핑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의 중심인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K팝의 상징인 BTS 소속사인 하이브도 2년 전 이곳으로 옮겨 오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유동 인구가 부쩍 늘었다. K뷰티의 주역인 아모레퍼시픽도 독특한 외관의 본사 건물로 사람들이 몰린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감각적인 디자인과 음식을 앞세운 호텔이 이 일대에 들어서고, 이들이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이들을 다시 끌어들이며 상권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관광·쇼핑 메카로 떠오른 용산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7일 비즈니스호텔 ‘나인트리 프리미어 로카우스 호텔 서울 용산’을 열었다. 이 호텔 건물은 1969년부터 운영해 오던 육군 용사의 집을 호텔로 개조했다. 서울에서는 명동·인사동·동대문 등 대표적인 ‘관광지구’에 나인트리 호텔을 운영하던 파르나스호텔이 새로운 입지로 ‘용산’을 선택한 것이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용산역과 관광 명소인 용리단길,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이 가까울 뿐 아니라, 도심과도 멀지 않은 입지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역 인근 힐튼호텔에 있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이 용산역 인근 호텔 ‘서울드래곤시티’로 이전해 왔다. 힐튼호텔 폐장으로 새 장소를 물색하던 중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용산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 서울드래곤시티는 관광객뿐 아니라 전시·회의 수요까지 겨냥해 연회장까지 새로 단장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서울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라는 점을 앞세워 외국 기업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엔 꼭대기층(루프톱)에 수영장 ‘스카이 비치’를 재단장해 젊은 층을 끌어온다는 계획도 세웠다.
◇사람 몰리자 공실도 해결
용산 일대가 이렇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대략 2~3년 전부터라고 한다. 낡은 건물이 즐비하던 용산역 근처에 고급 주상복합 단지와 공원 등이 생긴 이후,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젊은 외식 창업자들이 용리단길 주변에 가게를 열었다. 이 점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문이 나면서 상권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인기 상권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유동 인구가 늘고, 공실도 해결되고 있다. 서울시상권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용리단길과 용산역을 포함한 한강로동의 유동 인구(1ha당)는 재작년 4분기 1만3716명에서 작년 4분기 1만6004명으로 1년 사이 17% 증가했다. 이 때문에 주변 상권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
용산역에 있는 아이파크몰은 최근 대부분의 공실을 해결했다. 작년까지 리빙파크 3층과 8층이 모두 공실이었는데 휴대폰·노트북 등 전자코너가 있던 리빙파크 8층 공실에는 작년 9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파는 매장이 들어섰다. 같은 층 다른 공실에는 올해 5월 말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매장 2개가 입점할 예정이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입점 고객 수가 전년 대비 월평균 42%씩 증가하고 있다”며 “고객이 늘면서 오히려 남은 공실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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