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클럽 특검’ 법사위 파행…또 한 번 다가오는 정의당 ‘선택의 순간’
정의당 “패스트트랙 부르는 건 국힘”
‘민주당 공조’ 놓고 당내 이견
한·일 정상회담 국조 참여 혼선도
특검·새 원내대표 선출·재창당 등
‘당 방향성’ 갈등 표출 계기 수두룩
6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가 파행했다. 국민의힘이 첫 회의부터 중도 퇴장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법안심사1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터라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논의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선 법사위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아보이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민주당 예상처럼 법안심사1소위 논의부터 파행하면서 정의당의 법사위 처리 주장이 명분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나오는 것이다. 결국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론에 걸려드는 걸 피하려다 국민의힘의 시간끌기 전략에 이용되는 상황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정의당의 공식적 입장은 여전히 법사위 논의를 거친 본회의 처리다. 정의당 이재랑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동의하면 민주당 2중대,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힘 2중대라는 비판을 받는다”며 “그러한 비판과 상관없이 조속하게 절차를 밟고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에서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민주당 안은 안 되지만 정의당 안은 받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안의 핵심은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의 특검 추천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과 사뭇 결이 다른 목소리도 최근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상무집행위원회에서 당시 법안심사1소위 개최에 협조하지 않던 국민의힘을 비판하며 “50억 클럽의 실체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 여론도, 국회법도 국민의힘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패스트트랙을 부르는 건 누구도 아닌 국민의힘 자신”이라며 “정의당은 50억 클럽 특검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협조 여부에 따라 기존 법사위 처리 입장을 접고 패스트트랙 처리를 택할 수 있단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정의당 내에선 50억 클럽 특검법안 처리에 있어 민주당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일정 수준 이상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야권 연대냐, 독자 노선이냐 하는 입장 차에 따라 50억 클럽 특검법안 처리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는 것이다.
이런 당내 의견 차는 최근 한·일 정상회담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둘러싼 혼선에서도 드러났다. 민주당·기본소득당 등은 지난달 29일 한·일 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정의당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의당이 ‘정상회담 사안은 국정조사로 풀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음날 정의당은 이같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한·일 정상회담 관련)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상임위 대응, 종합청문회, 결의안, 국정조사까지 국회 차원의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정의당의) 입장”이라며 “국정조사 공동발의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요청이 없었고, 때문에 당내 이를 결정하는 논의는 없었다. 정의당이 국조에 불참한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는 정의당 내에서 제대로 조율되지 못한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최근 당 의원총회에서 김 수석대변인의 이 발표가 당내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채 이뤄졌다며 항의했다.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전 민주당과 정의당이 의견을 나눴고, 정의당은 여기서 ‘국정조사로 풀 사안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김 수석대변인 발표 내용이 이런 전후 사정을 생략한 게 문제란 것이다. 정의당 소속 한 의원은 “제대로 된 내부 논의 없이 국정조사 참여가 당의 단일한 입장인양 외부로 나간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내부 혼선 또한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당내 입장차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다.
이 당내 이견이 당장 표출되는 계기가 될 만한 게 바로 50억 클럽 특검법안이다. 법사위 처리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을수록 야권 공조를 강조하는 당내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이 1년여 남은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정의당의 새 원내대표 선출, 올 9월로 예정된 재창당을 놓고도 당내 의견그룹 간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우석·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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