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과 통일 이끈…대화·타협의 달인들
김황식 지음
21세기북스
올라프 숄츠 현 독일 총리는 재임 기간이 1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역사적인 평가를 받기에는 아직 이르다. 2차 대전 이후 숄츠 총리의 전임자는 8명이다. 그런데 이 8명의 재상 모두가 한결같이 독일의 경제부흥과 번영, 평화와 통일에 큰 공을 세운 정치지도자들로 기억되고 있다.
어떻게 해서 패전국 독일은 전후의 모든 총리들이 하나같이 대화와 타협의 달인으로 이 나라를 굳건한 반석 위에 세울 수 있었을까. 저자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그 비결을 찾아내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현대 한국 정치의 교사로 삼고자 했다.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이 그 결과물이다.
지난해 1월 출간한 1권에는 부강한 국가를 설계한 콘라트 아데나워, 번영의 길을 개척한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화해와 타협의 대연정 시대를 연 쿠르트 키징거, 동방정책으로 평화의 길을 연 빌리 브란트 총리를 소개했다.
이번에 발간한 2권엔 지혜와 신념으로 나라의 품격을 높인 헬무트 슈미트, 뛰어난 판단과 결단으로 독일 통일을 완성한 헬무트 콜, 신념과 희생으로 독일 재성장의 토대를 놓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성실과 실용으로 독일과 유럽연합(EU)을 관리한 앙겔라 메르켈의 리더십을 담았다.
지은이 김 전 총리는 법관으로 재직 중이던 1978~1979년 독일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수학하고, 2013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베를린자유대학에서 공부했다. 비록 독일 관련 전공학자는 아니지만 김 전 총리는 그 후에도 틈틈이 독일을 오가며 우리가 참고할 만한 국가발전의 모델을 꾸준히 탐구했다.
한국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다른 나라의 총리에 대해 연구하고 책으로 펴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불행한 결말로 점철된 한국의 대통령들과 한국의 혼란한 정치 현실을 되짚어 보는 차원에서라도, 독일 총리들의 정치적 행로를 추적하며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보물’들을 캐내는 탐색은 힘들긴 하지만 의미가 크다 하겠다.
이 책에선 사사로운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뛰어넘어 국가의 큰 미래를 그려 낸 독일 ‘그랜드 정치 디자이너’들의 족적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권력보다 국익 우선의 대의를 추구하는 한국의 진정한 정치인은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까.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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