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불행이세
지난 1일 중국의 장·차관급 관료 두 명이 같은 날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았다. 다음날 부고(訃告) 두 건이 인터넷에 퍼졌다. “장훙싱(張鴻星) 중국공산당 충칭시 위원회 상무위원이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다(不幸離世·불행이세). 55세.” “뤄즈쥔(羅志軍) 전 중공 장쑤(江蘇)성 서기가 병으로 베이징에서 불행하게 세상을 떠났다. 72세.” 모두 죽음을 ‘이세(離世·리스)’로 표기했다.
중국 내부 정치에 밝은 홍콩 성도일보는 공산주의청년단 출신의 뤄즈쥔과 장시(江西)성에서 잔뼈가 굵은 장훙싱의 석연찮은 죽음을 크게 보도하면서 ‘불행이세’ 네 글자에 주목했다. 고위 간부가 정상적으로 사망하면 ‘서세(逝世)’로, 비정상적인 죽음은 ‘이세(離世)’로 적는다며 중국식 부고의 용어 사용법을 설명한 뒤 “우울증으로 생명을 가벼이 여겼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중국 고위 간부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죽음이 잦다. 2019년 11월 충칭시 부서기 런쉐펑(任學鋒), 2021년 9월 후난(湖南)성 선전부장 쩡완밍(曾萬明), 2022년 5월 톈진(天津)시 시장 랴오궈쉰(廖國勳)의 부고에 모두 ‘불행이세’ 네 글자가 적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측근의 체포, 좌천 등의 풍문만 나돌았다.
중국식 부고의 또 다른 특징은 늑장 보도다. 3월 26일자에는 지난해 12월 24일 숨진 차관급 간부의 부고가 92일 만에 실렸다. 올 1월부터 이달 5일까지 인민일보 4면에 게재된 장·차관급 이상 고위직 55명의 부고는 사망 시점과 게재일의 시차가 천차만별이었는데 평균해보니 40일 정도였다. 코로나19로 지각 부고가 몰린 것만도 아니었다. 그 전에도 부고 보도는 줄곧 늦었다. 중국에서 정치인의 부고는 늘 알리기 조심스러운 정보란 사실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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