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집 4채 중 1채 100년 지나 낡아, 온실가스 배출 ‘주범’

짐 불리(Jim Bulley) 2023. 4. 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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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불리의 런던 아이 〈끝〉
영국 전체 주택의 약 4분의 1인 620만 채는 1919년 이전에 건축된 역사적 건물이라서 난방, 배관 등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사진은 영국 런던의 한 주택가. [EPA=연합뉴스]
눈을 감고 영국이라는 나라의 풍경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당신의 눈앞엔 아마도 영국의 멋진 건축물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림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영국 의회의사당과 빅벤의 모습일 수도 있고, 오래된 빅토리아시대의 집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좁은 런던의 골목일 수도 있으며, 오래된 성이나 작은 선술집(pub)을 배경으로 한 영국 시골의 구불구불한 녹색 언덕일 수도 있다.

이렇게 오래된 역사를 가진 건물들은 영국 풍경의 중요한 요소이며, 영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매력을 잘 보여 준다. 영화 ‘해리 포터’나 ‘셜록 홈스’의 배경을 연상케 하는데, 이 때문에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영국의 역사가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오래된 지역들을 직접 방문하러 영국을 여행한다.

오래된 건축물서 CO2 5분의 1 배출

영국 전체 주택의 약 4분의 1인 620만 채는 1919년 이전에 건축된 역사적 건물이라서 난방, 배관 등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EPA=연합뉴스]
영국의 많은 오래된 건축물들은 매우 아름답다. 좋건 나쁘건, 항상 ‘영국스러움’의 중심에는 옛것을 보존하려는 의식과 우월함이 강조되는 영국인의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의 오래된 건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나는 1000년 전부터 여기에 있었고, 앞으로 1000년 후에도 여전히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영국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와 보존의식(longevity)은 산업혁명, 세계대전 그리고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Keep Calm and Carry On)’는 영국인의 정신뿐 아니라 브렉시트, 제국주의, 제도적 인종주의의 원인이 된다.

영국의 오래된 도시와 마을들은 영국의 스토이시즘 (stoicism·금욕주의)을 상징할 수 있지만 이 건축물들이 앞으로 1000년 동안 잘 버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사실 영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는 만성적인 건축 보존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 전체 주택의 4분의 1인 약 620만 채의 건물이 역사적인 건물이다. 여기서 역사적 건물이란 1919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을 의미한다. 이는 영국 인구의 거의 4분의 1이 중앙난방이 도입되거나, 실내 배관이 잘 설치됐거나, 집을 제대로 단열하는 방법을 발견하기 전에 지어진, 100년 이상 된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용 건물은 가정집보다 훨씬 더 심각한데,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60만 채가 100년 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다.

주거용이든 산업용이든 이렇게 오래된 건물들은 대부분 지어진 목적에 적합하게 현재 사용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난방이나 배관을 개선했거나 현재 에너지 기준에 맞게 수리했다고 해도 에너지 측면에서 충분히 효율적일 수 없다.

산업용 건물은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산업혁명을 전후로 건설되었고, 현재는 원래 의도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년 전 지어진 낡은 섬유공장을 첨단 기술을 보유한 사무실로 바꾸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지만, 그에 비해 에너지나 단열 측면의 효율은 떨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열재 불량으로 인한 열 손실, 배관 시스템 불량, 기존 벽에 내장되지 않고 나중에 추가 설치된 전자 제품 등에서 발생한다. 에너지 문제뿐 아니라 인터넷이 잘 작동하지 않는 문제도 오래된 건물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화재 예방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오래된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 영국 왕실에서 관리하는 잉글랜드 사적위원회 (Historic England),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 (The National Trust), 영국 왕실 부동산 (The Crown Estate) 등 영국의 건축물 보존 단체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건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이 발생되며, 그 대부분은 오래된 건물에서 나온다고 한다. 2021년 영국의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 당량 5억 500만t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중 1억 10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 원인이 바로 건물이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건물 보강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된 창문을 현대식 이중창으로 교체하고, 효율적인 현대식 난방 시스템을 설치하고, 단열재가 적절히 열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기준을 충족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더 확실한 방법은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새롭고 현대적인 건물로 다시 짓는 것일지 모른다. 새로 건물을 지으면 오염물질이 유발되는 되는데, 사실 그 때문이 아니라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약 50만 채의 영국 건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손상될 수 없도록 지정된 역사적 유적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일한 선택은 낡은 건물들을 더 환경친화적이고 거주하기 좋게 보수하는 방법뿐이다. 오래된 건물들이 대표하는 역사, 전통을 보존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브렉시트 때문이다. 이런 보수작업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진 것이다.

전문 건설 노동자들 신속 훈련도

런던을 상징하는 건물인 빅벤 시계탑. [로이터=연합뉴스]
건물을 다른 용도로 개조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설립 연도나 건물의 종류와 관계없이 숙련된 노동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을 개조시키는 것은 더욱더 고도의 기술과 훈련이 필요하다. 배관공은 냉난방 장치와 수소 보일러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오래된 건물의 특성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모든 작업을 건물의 목적과 특성에 맞게 할 수 있는 전문 기술을 갖춰야 한다.

현재 영국에는 약 10만 명이 이런 오래된 건물들을 복원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랜 건물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50년까지 약 27년 동안 약 1만 5000명의 전기 기사와 1만 5000명의 배관공을 포함 약 10만 5000명의 신규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에는 숙련된 건설 노동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 브렉시트 이전에는 영국의 전체 건설 노동자의 약 20%가 유럽의 다른 국가 출신이었고, 특히 런던에서는 그 비율이 50% 이상이었다.

해외에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영국으로 많이 유입되면서, 기업은 젊은 영국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 데 돈과 시간을 덜 투자했다. 하지만 2020년 브렉시트가 시작됐을 때, 영국 내 해외 건설 노동자들은 영국을 떠나야 했고, 이에 따라 갑작스럽게 영국에는 비교적 나이가 많고 그만한 기술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역사적 건물들 중 일부는 2030년까지 현대적으로 개조하지 않으면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영국은 10만 5000명의 전문 건설 노동자들을 신속하게 훈련시킬 방법을 찾거나, 어떻게든 국경을 다시 열어 해외에 있는 숙련된 건축 노동자들이 다시 영국으로 이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문제는 영국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전 세계 환경 문제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하다. 내셔널 트러스트의 사무총장 힐러리 맥그래디는 이렇게 말한다. “조지아시대의 타운하우스에서부터 산업혁명이 시작된 제분소와 공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역사에서 건물은 사람과 장소를 연결하면서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우리가 만든 유산에 대한 책임은 우리 손에 달려 있으며, 우리는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확실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 문제는 중요하며, 우리가 협력을 한다면 얼마든지 함께 이뤄낼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 바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입니다.”

※번역:유진실

짐 불리(Jim Bulley)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때 영국 지역 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한국에 왔고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스포츠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KBS월드, TBS(교통방송), 아리랑TV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및 패널로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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