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건축·클럽 보고 원조 ‘경양식 돈가스’ 먹고…개화기로 시간여행 가볼까
서정민 2023. 4. 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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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먹거리 많은 인천 여행
볼거리·먹거리 많은 인천 여행
인천, 서양의 근대 문물 관문 역할
중구청이 2006년부터 운영해 온 도보 관광코스 ‘인천 개항 누리길’은 소요시간 기준 3개의 코스로 잘 나뉘어 있다. 1시간짜리 코스는 인천역을 출발해 차이나타운 거리와 짜장면박물관, 해안성당 앞, 대불호텔 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아트플랫폼으로 이어진다. 2시간 코스는 한중문화관, 화교역사관, 대불호텔 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중구청, 청일조계 경계계단, 삼국지벽화거리, 짜장면박물관, 인천역을 잇는다. 3시간 코스는 한중문화관, 화교역사관, 청일조계 경계계단, 대불호텔 전시관, 인천개항박물관, 인천개항장근대건축전시관, 중구청, 인천광역시역사자료관, 제물포구락부, 자유공원, 맥아더 장군동상, 삼국지벽화거리, 짜장면박물관, 차이나타운의 의선당, 동화마을을 차례로 둘러볼 수 있게 구성됐다.
■ 신일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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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색과 붉은색, 흘려 쓴 한자가 화려하게 섞인 차이나타운과 1901년 인천에 거주하는 외국인 사교모임 장소로 처음 문을 연 클럽이자 드라마 ‘도깨비’ ‘피아노’ 촬영장소로 유명한 제물포 구락부는 시간을 넘나드는 사진 스폿으로 인기가 많다.
중구청에서 신포시장을 지나 20분쯤 걸어가면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도착한다. 한국전쟁 이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학생·지성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사기 위해 몰려들면서 하나둘 늘어난 헌책방은 1980년대에 40~50개가 밀집할 만큼 성행했다고 한다. 지금도 버스정류장 이름이나 지도 앱에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라고 쓰여 있지만, 현재는 노란 벽이 칠해진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한미서점’, 1951년 문을 연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집현전’ 등 5개 서점만 거리의 명맥을 잇고 있다. 창립자인 오태운 선생과 한봉인 여사로부터 3년 전 ‘집현전’을 인수한 이상봉 대표는 “그래도 다섯 서점이 서로 의지하며 서점 이상의 대안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집현전의 경우 2층은 레지던스룸, 3층은 전시·공유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거리 반대쪽에는 성냥박물관도 있다.
고기를 튀겨 먹는 유럽의 커틀릿을 흉내 낸 일본의 ‘경양식 돈가스’는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여러 면에서 달라진다. 일본식 돈가스는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도록 고기 두께가 두툼하고, 또 미리 칼로 썰어서 제공한다. 반면 한국식 돈가스는 고기 두께가 얇은 대신 크기가 크고 양손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한다. 소스를 먹는 방법도 확연히 다르다. 한국식 돈가스는 ‘부먹(고기 위에 소스를 미리 부어서 내온다)’인 반면, 일식 돈가스는 ‘찍먹(작은 종지에 소스를 따로 담아 찍어 먹는 스타일)’이다.
■ 잉글랜드 왕 돈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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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모여있던 헌책방, 5곳만 명맥
빵을 고르면 동그란 모닝빵과 딸기잼이, 밥을 고르면 작은 공기를 거꾸로 엎어 담은 밥 한 덩어리가 제공됐다. 가벼운 일품 서양메뉴라고는 하지만 스프와 케첩·마요네즈 혼합 소스를 얹은 양배추 샐러드, 후식 커피도 함께 나왔다.
스테이크가 흔치 않았던 80~90년대에 ‘양손으로 썰어먹는’ 돈가스는 서양식 고급음식이었으니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식사하는 기분은 꽤 으쓱했다. 물론 데이트 같은 특별한 자리에서 양식 식사예법을 지키기 위해 진땀 뺐던 기억도 새록새록하다. 스프는 숟가락을 안에서 밖으로 움직여서 떠 먹어야 한다, 고기는 조금씩 잘라 먹어야지 한 번에 다 잘라 먹으면 안 된다 등등. 그럼에도 식탁 위에 느끼함을 달래기 위한 단무지와 깍두기(김치)가 함께 놓여 있었던 것이 바로 그 시절 ‘경양식 돈가스’가 있던 풍경이다. 인천에 가면 바로 그 때의 추억을 현실로 재현할 수 있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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