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5000년 전 도문을 주목할까
신준봉 2023. 4. 8. 00:20
이승훈 지음
사계절
한자(漢字)의 역사는 3500년쯤 된다. 기원전 1500년 갑골문을 기원으로 삼을 경우 그렇다. 서울시립대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문자학자들은 한자의 역사를 앞당기는 데 열심이다. 황화 하류의 신석기 시대 대문구 유적에서 발견된 도기에 새겨진 도상, 도문(陶文)이 한자의 기원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대문구 도문은 기원전 3000년 전 유물. 한자의 역사는 5000년으로 늘어난다. 동북 공정이 중국사의 공간적 확장이라면, 한자의 ‘대문구 도문 기원설’은 중화 문명 5000년을 완성하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어쩌면 가장 도발적인 대목일 텐데, 520쪽 책 분량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책은 한자의 탄생부터 체계화, 그에 맞물린 중국의 역사와 사회문화적 변동을 풍성하게 다뤘다. 특히 갑골문과 금문(金文·청동기에 새겨진 문자)을 자주 보여준다. 한자가 후대에 간소·간략화되면서 잃어버린, 최초의 뜻을 되살려 보자는 취지다. 가령 공자가 활약한 춘추시대 말기를 백가쟁명 시대라고도 하는데, 새가 운다는 뜻의 ‘명(鳴)’를 사용했다. 제자백가가 각자의 정치 철학을 울부짖듯 다퉜다는 뜻일까. 323·324쪽에 저자의 색다른 해석이 나온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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