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재계 맏형' 자리로 한 발 더? 美 사절단도 4대 그룹과 함께

이성락 2023. 4.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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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빈 방미에 대규모 경제사절단 동행할 듯
전경련 주도로 경제사절단 꾸려…4대 그룹과 접점 확대 예상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하순 미국 국빈 방문에 주요 그룹 총수를 포함한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이재용(오른쪽부터)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하순 미국 국빈 방문에 4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지난달 일본 방문에 이어 또 한 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주도로 꾸려지고 있는데, 그동안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던 4대 그룹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전경련이 자연스럽게 '재계 맏형'이라는 과거의 위치로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4~28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을 앞두고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경제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과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요 기업인들이 함께 방미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 제기돼왔다. 실제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일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꾸려지는 것과 관련해 "수출로 국가 경제를 이롭게 하는 경제안보 행보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사절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그룹 총수들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다보스 순방, 지난달 일본 순방 때도 동행해 '경제 외교'에 전력을 다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일을 전경련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과 관련해 전경련이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중책을 맡는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앞서 전경련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급격히 추락해 '재계 맏형'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 적폐로 낙인찍혀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패싱 굴욕'을 겪었고, 그 자리를 최태원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 내줬다.

재계는 전경련이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었던 계기로 김병준 회장직무대행 체제의 출범을 꼽고 있다. 전경련은 허창수 회장이 물러난 후 회장직을 맡을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활동하고 있던 김병준 회장을 지난 2월 미래발전위원장 겸 회장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은 앞서 대통령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방미 경제사절단에 참가를 희망하는 기업의 접수를 받았다. /더팩트 DB

전경련은 지난달 일본 순방 때부터 주요 행사를 주관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경제 단체 가운데 최고 수준의 일본 네트워크를 보유한 강점을 활용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한일 관계 개선'에 보조를 맞추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당시 BRT에는 전경련과 거리를 뒀던 4대 그룹의 총수가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마찬가지로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한 이후, 총수들이 전경련 행사에 모두 모인 건 2016년 이후 7년 만이었다.

전경련은 이번 방미 일정을 4대 그룹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할 전망이다. 전경련이 '재계 맏형' 자리를 완전히 되찾으려면 국가 주요 행사에 다시 발을 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4대 그룹의 재가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국정농단 사태로 짙어진 전경련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미지가 걸림돌이다. 전경련이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어 혁신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는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터라, 이미지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4대 그룹은 전경련 재가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재가입은 지금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경제사절단은 전경련 주관 행사에 참여한다기보다 기업인으로서 '세일즈 외교'에 힘을 보태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경련도 서두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먼저 내부 쇄신에 나선 뒤 장기적으로 4대 그룹 재가입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김병준 회장직무대행은 "전경련의 역할과 방향을 제대로 정립해 국민에게 지지받는 전경련이 되도록 하겠다"며 "그러면 4대 그룹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인이면 누구나 전경련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경련은 중장기 발전안인 '뉴 웨이 구상'을 발표한 상태다. 구상은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면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판단 아래, 국민과의 소통을 대폭 늘리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해 전경련은 최근 단체 이미지 등에 대한 MZ세대의 솔직한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청년 자문단을 구성했다.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식사도 추후 추진할 예정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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