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이재명 '묘 훼손' 반전..."문중에선 왜 손을 댄 거죠?"
"밥 한 공기 비우기" 조수진, 논란 일자 "언론이 문제"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지난 3월 정치권에 '무속' 파장을 일으켰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친 묘 훼손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다. 이 대표를 음해하기 위한 일부 세력의 음해일 것으로 의심됐지만, 사건의 주범은 이 대표 문중 사람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국회에서는 때 아닌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이 화제가 됐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양곡관리법 문제를 꼬집으며 한 발언으로 온라인에서는 '조 수진의 월급을 쌀로 주자'는 조롱으로 이어졌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의 한 식당에서 비공식 만찬 후 나오는 모습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면서 화제가 됐다. 또, 윤 대통령이 제주 4.3 기념식에 불참하면서 지적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이 또 윤 대통령 불참에 대한 설명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김건희 여사 '고가 장신구'에 대해 인사혁신처가 최종 비공개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이재명 대표, '선친 묘 훼손' 3개월 후 "추석 벌초도 갔는데"
-이재명 대표의 부모 묘소가 훼손됐는데 문중에서 벌인 일이었다고?
-맞아. 이 대표 부모 묘소 훼손 문제는 지난달 12일 처음 알려졌어.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묘소가 훼손된 사진을 공개하고 "후손들도 모르게 누군가가 무덤 봉분과 사방에 구멍을 내고 이런 글이 쓰인 돌을 묻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라는 글을 올리면서야. 이 대표는 당시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으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라고 한다"라면서 누군가에 의한 '저주'라고 주장했어. 민주당도 경찰에 즉각 수사를 요청했지. 그런데 흑주술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거야. 경주이씨 문중에서 이 대표를 도우려는 취지로 행했던 의식이라고 해.
-사진이 처음 공개됐을 때도 갑론을박이 있긴 했어. 이 대표가 올린 사진에는 돌에 세 음절의 한자가 적혔는데 앞의 두 글자는 '生(생)', '明(명)'으로 뚜렷했지만 마지막 글자는 '氣(기)'인지 '살(殺)'인지 구분이 안 됐어. 그래서 이 대표를 돕기 위한 의식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어.
-문중 인사들은 왜 이렇게까지 한 걸까.
-언론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전남 강진군에서 고려청자를 연구하고 있는 무형문화재 이모 씨가 지난해 6월 1일 지방선거 사흘 전인 5월 29일 이 대표 부모 봉분 주변에 '생명기(生明氣)'라고 쓴 돌 5∼6개를 묻었다고 해. 이 씨가 직접 돌을 구하고, 한자도 검정 페인트로 적었대. 종친들이 이 대표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부탁했다고 하네.
-또 이 씨는 "이 대표 선대 묘는 기가 많았으나, 이 대표 부모 묘소는 방향이 잘못돼 기가 약했다. 생명기는 신명스러운 밝음, 밝은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다른 곳에서도 기 보충 처방을 한 경험이 있다"고 주장하며 경찰 수사 후 돌을 빼내 이 대표 부모 묘소의 기가 다시 빠졌다. 생명기 돌을 다시 넣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어.
-이 대표는 어떤 반응을 보였지?
-아무리 그래도 자손에게 묻지도 않고 이런 일을 벌였다니 이 대표도 화가 날 법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자 이 대표는 지난 6일 페이스북에 "부모님의 묘소를 훼손하는 행위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벌인 이들에 대해선 "악의 없이 벌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수사당국의 선처를 요청한다"고 했어.
-'흑주술'로 공론화했는데 자신을 돕기 위한 의식이었다고 하니, 이번 해프닝으로 이 대표가 조금 머쓱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당시 지지자들도 "저 의미 자손 명줄 끊어서 죽으란 의미다. 사람이 해선 안 될 일이다" "단순히 자손의 숨통을 끊는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라 정치적 생명을 끊겠다는 거다. 신경 안 쓸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응들을 보이면서 다 같이 분노했었거든.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사건을 파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말도 나와.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5월 조상 묘소가 훼손되는 일을 겪었어. 봉분 주변에 인분과 계란 껍데기 등 음식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식칼과 부적, 머리카락 한 뭉치가 묻혀 있었다고 해. 다만 당시 윤 대통령이 따로 언급하지 않아서 나중에 경찰 관계자를 통해서 사건이 알려졌지. -지난해 5월 말이면 시간이 꽤 흘렀는데 그동안 이 대표는 아예 몰랐던 거야?
-논란 당시 민주당 측에 물어봤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묘 주변에 잔디가 없어졌다는 제보를 먼저 했고, 이 대표 측이 직접 가서 확인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해. 다만 이 대표는 지난해 추석 당일인 9월 10일 부모 묘소에 벌초하러 간 적이 있어. '기 충전 의식' 이후 약 3개월 만이지. 이 대표는 당일 유튜브로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증조부와 부모님 묘소를 소개하기도 했어. 당시 이미 벌초 중이던 지인을 향해 "형님, 저 땡땡이 동생 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 지켜보던 지지자들을 향해선 "지금부터 풀을 깎아야 해서...추석 잘 보내세요"라며 방송을 마무리했었어. 벌초할 때는 이상한 점들이 잘 보이지 않았나 봐.
◆언론인 출신 조수진, 논란은 언론 탓?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또'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어. 지난 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양곡관리법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걸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라고 얘기했거든. 비판과 비웃음을 샀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조 최고위원이 밥을 다 먹는지 제보받는다"는 조롱 글이 올라오기도 했어.
-조 최고위원은 "진위야 어떻든, 경위야 어찌 됐든 (당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이 되면서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은 그 발언의 맥락, 그리고 하고자 했던 것이 왜곡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지.
-맥락이 왜곡된 게 있나? 심지어 조 최고위원은 해당 발언 앞에 'KBS에 처음으로 말한다'고 의미심장하게 붙였었지. 본인은 어떤 맥락을 의도하고 말한 건지 내가 더 궁금해. 조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이를 묻는 기자들과도 설전을 벌여 빈축을 샀지. 조 최고위원은 "언론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어. 그는 "진위와 상관없이, 사실에 관계없이 번져나가고 사실관계를 따져주지도 않는다는 데 대한 개인적인 원망"이라며 "저도 사람"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어.
-과연 언론 탓이기만 할까?
-조 최고위원은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문제가 되면 언론 탓을 하는 걸로 기자들 사이에서 유명해. "그렇게 기사 쓰면 안 된다"고 화를 내면서 불편한 질문을 차단하는 걸로 말이야. 취재진 사이에선 조 최고위원의 행태에 "그런 정치인이야 많지만 조 최고위원이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는 말이 나와.
◆ "독도가 한국 영토냐" "절대 아닙니다" 한덕수 황당 발언
-지난 5일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질의 답변이 물의를 일으켰지?
-한 총리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가 맞습니까?"라는 질의에 "절대로 아니다"라고 말했어. 국회 본회의장 청중석에선 한 총리의 발언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고, 질의자인 맹 의원도 "예?"라며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하는 표정으로 한 총리에게 반문했지.
-한 총리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맹 의원이 "독도는..."이라고 재차 말을 꺼냈어. 한 총리는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이내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감지한 듯 "죄송하다. 일본의 땅이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라고 정정했지. 긴장을 한 건지 아니면 피곤했던 건지.
-한 총리는 지난 3일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한 번의 회담을 통해서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다. 이번에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 이제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하나하나를 다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해서도 논란이었어. 야당 의원들은 한 총리의 '돌덩이' 비유가 부적절하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한 총리는 의도를 곡해하는 것이라며 사과하지 않았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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