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 튜닝] 이래서 환갑 때 버스킹할 수 있을까(MD칼럼)

2023. 4. 7.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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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 마흔이 넘어 내가 취미로 기타를 시작하게 된, 그 옛날 첫사랑 때문이라든가 기타에 얽힌 아련한 추억이 있다든가 하는 식의 로맨틱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많은 사람의 로망처럼 나 역시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늙고 싶었고, 전편에 말한 대로 회사가 홍대 인근이었던지라 기타를 메고 다니는 사람을 흔히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걸 견물생심이라 해야 하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애초에 음악, 나아가 밴드 음악과 가까운 사람은 아니다. 어린 시절 집안에서 남자형제, 삼촌, 아버지 등등의 기타 소리를 듣고 자랐다거나,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 나왔다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애당초 사람이 많은 데를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니, 대학 축제도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2002년 월드컵, 광화문 거리 응원도 딱 한 번 나가봤다면 말 다한 거다.

그런 내가 2000년대 초반의 그 유명한 홍대 앞 클럽 드럭은 제 발로 가보았으니, 나는 언젠가 기타를 치게 될 운명이라면 운명이었던 것!

이제 막 통기타를 잡은 사람이 기타가 어쩌고 클럽이 어쩌고, 급기야 운명까지 운운하는 걸 보면 코웃음칠 사람이 많을 게다. 하지만 기타를 시작한 내겐 창대한 꿈이 있었으니, 바로 환갑 때 홍대 앞 거리에서 버스킹하기! 챙김은 받고 싶지만 따로 챙겨줄 사람이 없는 1인가구에게 환갑 버스킹은 나름 꽤나 현실적인 이유다.

환갑까지 아직 꽤 남았으니, 시간은 충분하다. 애초에 실패할 것 같은 일엔 잘 도전하지 않는 나란 사람에게 이 정도면 적당한 목표 같다. 하지만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 내 머리와 손을 곧 저주하게 되리라는 것을…

첫 수업에서 나는 코드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알기는커녕 눈 깜박할 새 까먹었다. “E코드 다시 잡아보세요.” “네? 잠시만요! 아니요, 잠시만요!” 한참을 버벅대다 선생님이 다시 알려주기를 수차례. 아…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나는 지금 둘 다 나빠서 이 고생을 하고 있구나.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체구를 감안하여 좀 작은 기타를 샀는데도, 오른팔이 바디를 안정적으로 감싸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코드를 잡느라 바빠야 하는 왼손은 손바닥으로 기타 넥을 안정적으로 받치려 노력하고 있었고, 오른손으로 줄을 튕기는 것도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디스크가 있는 허리 탓인지, 벌써부터 잘못된 버릇도 생겼다. 툭하면 기타 바디에 상체를 기댔던 것이다. 오호통재라!

첫 수업을 마치고 나는 진지하게 학창 시절 내가 과외했던 학생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을 가졌다. “00아, 이게 이해가 안 돼? 음… 왜 이해가 안 될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니까, 당연히 이게 나와야지.”

아…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 이 얼마나 오만하고 무책임한 선생이었던가! 애초에 잘 모르니까 과외 수업을 받겠지. (그렇다고 기타 선생님이 무책임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두 번째 수업에서 “연습 안 했죠?”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했는데요”라고 답하면서 또 한번 반성했다. 그 옛날 나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복습 안 했지?" “했는데요.” “근데 어떻게 이걸 또 틀려?” 아…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틀릴 수도 있지. 열심히 복습도 하고 예습도 했지만, 뭐 틀릴 수도 있는 거지.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건대, 내가 엄청 매우 열심히, 혼신을 바쳐 기타 연습을 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열심히 안 한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열심히'라는 말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느냐 이 말이다!

물론 이 모든 말을 선생님 앞에선 하지 못했다. 어떤 변론을 해도 내가 못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나는 잘하고 싶었다. 그런데 왜 죽도록 열심히 하지는 않는 것일까. 인간이란 어째서 이토록 모순적인 존재란 말인가! 그런데 이래서야 환갑 때 버스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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