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전 이탈리아에는 ‘우당탕탕 우영우’가 실존했다

한겨레 2023. 4. 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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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2022)에서 우영우(박은빈)는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취업이 잘 안됐다.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여성 변호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은 대놓고 독설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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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

넷플릭스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2022)에서 우영우(박은빈)는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취업이 잘 안됐다.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140여년 전 이탈리아 토리노. 리디아는 법대를 나와 변호사 자격증을 땄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3개월 만에 자격을 박탈당한다. 그래도 리디아에게 계속 법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 리디아는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고 변호사로 복귀할 수 있을까. 우영우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리디아는 실존 인물로,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변호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이탈리아 드라마 <리디아 포에트의 법>에서 확인해 보자.

지금 당연한 모든 일에는 처음 시작한 사람이 있다. 투쟁과 고통 없이 이루어진 자유는 없다. 여성 변호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은 대놓고 독설을 날린다. 판사는 리디아에게 “여성에게 적합한 다른 소임을 하라”고 판결한다. 올케 언니는 “주님이 리디아를 변호사로 만들려고 했으면 여자로 태어나게 하지 않았을 거야”라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곧 여자들이 투표도 하겠어”라는 농담이 오간다. 리디아는 말한다. “지금의 집단지성은 여자가 변호사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노예제 역시 옳다고 했어. 이전의 잘못을 인정할 용기가 없는 이들과 끝없이 싸워야 해.” 리디아는 남자친구가 값비싼 꽃병을 선물하자 전당포에 가서 자전거로 바꾼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광장에서 자전거를 탄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진지한 여성주의 드라마 같지만 사실 재미있는 추리 오락물이다. 역사적 인물을 바탕으로 잘 만든 수사물로 보면 된다. 매회 끔찍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리디아는 억울한 용의자를 구하고 진짜 범인을 찾아낸다. 리디아가 활약할 수 있는 것은 오빠가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우당탕탕 우영우’에게 정명석 변호사가 있었다면 ‘좌충우돌 리디아’에게는 오빠 변호사가 있다. 오빠와 티격태격하는 현실 남매의 모습이 흥미롭다. 오빠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한테 다양한 도움을 받지만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사람은 언제나 리디아다.

리디아 역의 배우 마틸다 데 안젤리스 연기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시선을 붙든다. 드라마 <언두잉>(HBO)으로 단번에 글로벌 스타가 됐지만, 이전부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배우다. 19세기 말 이탈리아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있고, 과학수사가 어려운 시절, 지문 채취나 거짓말 탐지기 도입 장면에서는 피식 웃음이 터진다.

드라마를 본 뒤 여러 나라의 첫 여성 변호사들을 찾아봤다. 리디아와 동시대를 살았던 미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인 벨바 록우드는 19세기 말에 미국 대선에 2번이나 출마해 전세계에 충격을 준다. 우리나라의 이태영은 남편과 함께 일제강점기부터 독립운동을 했고 해방 이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되려 했지만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반대로 좌절됐다. 그러나 이후 최초 여성 변호사가 되었고 수많은 여성 인권 사건을 변호했다. 리디아만큼이나 드라마 같은 인생이다. 리디아 포에트의 변호사 자격 박탈은 당시 이탈리아에서도 큰 논란이 되었지만 실제 리디아가 변호사 자격을 되찾은 것은 그의 나이 65살 때인 1920년이라고 한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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