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파행’ 2공항 경청회…제주도정·정부가 문제
[KBS 제주] [앵커]
2공항 도민 경청회가 두 번 만에 파행되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는데요.
갈등 해소가 아닌 갈등 증폭으로 끝나버린 도민 경청회의 문제점을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참석자 간 몸싸움이 일어나 진행이 잠시 중단됐던 첫 도민 경청회.
상대방을 향한 원색적 비난에서 비롯됐습니다.
["어디 XX같은 XX가 남의 동네 와서. (뭐 남의 동네? XXX아 XXX야.)"]
이에 대한 참석자들의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인신공격하면 됩니까?"]
2차 도민 경청회에서도 개선은 없었습니다.
의견이 다른 상대에게 반말과 비난이 반복되고
["네가 더 시끄러워."]
찬성과 반대 양측 간 감정 싸움만 키운 꼴이 됐습니다.
["이런 경청회 뭐하러 합니까."]
이 같은 파행 운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극심하게 반목하고 있는 찬반 양측을 한 자리에 놓고 목적도 불분명한 행사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가 경청회를 통해 어떻게 의견수렴을 하고 갈등 해소 역할을 할 것인지 불명확한 상태에서 행사를 개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영신/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 "이것(경청회)을 주최하는 제주도가 실제 도민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랄까 그런 입장이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이 들고요."]
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 역시 두 차례 경청회에서 사전에 예고했던 질의응답 없이 자리만 지키다 돌아갔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부실 의혹과 군 공항 의혹 등 2 공항 사업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책임이 있는 주요 부처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한 걸음 뒤에서 관망만 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영진/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 : "국토부와 환경부, 중앙정부는 뒤로 빠지고 도민들 간의 싸움을 붙이는 꼴이 돼 버리고 있죠. 쟁점을 해소하고 검증할 수 있으면 또 함께하도록 하고."]
경청회 무용론까지 대두되며 앞으로 일정에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도민 자기 결정권을 강조한 오영훈 도정이 2공항 갈등 첫 단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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