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공짜 야근 허다한데…장관은 알고 있나요”

조해람 기자 2023. 4. 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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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소속 청년노동자들
‘근로시간 제도개편안’ 폐지 촉구
“노사 협의 불가능한 현실” 우려

양대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 소속 청년노동자들이 공개 토론회를 열고 정부에 ‘근로시간 제도개편 방안’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 개편안과 관련해 일부 청년의 의견만 듣고 양대노총 청년노동자는 만나지 않는 등 ‘선택적 소통’을 한다고 규탄했다. 청년노동자들은 이 장관을 토론회에 초청했지만 이 장관은 불참했다.

“일부 청년만 만나 선택적 소통”
토론회 불참한 이 장관 비판

양대노총 청년노동자들은 지난 6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이정식 장관 없는 이정식 장관-청년노동자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청년노동자들은 노동부 행사장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고 이 장관을 향해 노동시간 개편안 폐기를 요구했다. 당시 이 장관은 “나중에 면담 자리를 잡겠다”고 했지만 이후 양대노총에 간담회·토론회 등을 제안하지는 않았다. 청년노동자들이 이 장관에게 6일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이 장관은 불참했다.

청년노동자들은 ‘주 69시간(주 6일 기준)’까지 압축적 연장노동이 가능한 정부 개편안에 우려를 쏟아냈다. 한영수 한국노총 전국공공연맹 경기도일자리재단 위원장은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업무를 집으로 가져가거나, 근태 확인 지문을 찍지 않고 퇴근하는 등 공짜 야근이 허다하다”며 “노동시간 유연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고민이 우선”이라고 했다.

직업치료사인 임미선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금천수요양병원지부장은 “주 69시간을 일해야 하는 사람은 저희들인데, 저희는 사람이다”라며 “피로가 누적되면 실수하기가 쉽고 (그러다 보면)환자 분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사무직으로 일하는 김미성씨는 “매일 야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무기력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바로 잠들곤 했다”며 “추가근무수당도 못 받고 주 55시간을 일해도 그만두지 못한 건, 이번에도 나가면 내가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주 69시간제가 도입되면, 야근을 해도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고 대가도 못 받는 고졸 노동자의 현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안은 연장노동시간을 유연화할 때 노사 간 협의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협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임 지부장은 “정부는 근로자대표와의 협의가 마치 합리적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노조가 없는 중소병원에서는 근로자대표가 회사 사람이거나 누구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면 찍히는 분위기 때문에 문제 제기조차 못하는데, 노동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가 일부 청년세대의 의견만 들으며 청년들의 의견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선별적으로, 편향적으로 일부의 청년들만 만나고 있다”면서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와 단시간 노동, 장기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의견은 듣지 않으며, 심지어 조직된 노동자들의 이야기조차 무시하는 모습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장시간 노동시간과 산업재해, 자살률 1위에 등극한 한국을 주 69시간 동안 일하게 만들어 과로사까지 부추기는 장시간 노동시간 개편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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