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발화지 두고 ‘지자체 신경전’…주민 갈등 부추겨
[KBS 대전] [앵커]
홍성 산불보다는 규모가 작았지만 대전과 금산 경계에서 난 산불도 52시간 넘게 이어지며 적지 않은 피해를 남겼는데요.
산불 원인 조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발화 지점을 두고 대전시와 충청남도가 때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예은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등성이에서 흰 연기와 함께 시뻘건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저기 불꽃 보인다, 어떻게 해."]
지난 2일, 첫 산불 신고가 접수되고 3분 뒤 금산지역 차량에서 찍은 영상입니다.
산불은 이후 52시간 넘게 이어졌고 축구장 천 개 면적의 산림이 불에 타 사라졌습니다.
겨우 불을 끄고 산불 원인 조사가 시작됐는데 최초 발화 장소를 두고 대전시와 충남도가 때아닌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불이 꺼진 4일 충남도가 낸 산불 보고서입니다.
발생 원인은 조사 중이라면서도 참고 표시를 달아 "대전 장태산에서 산불이 넘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작성된 대전시 보고서에서는 불이 금산에서 시작돼 대전으로 넘어왔다는, 상반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금산군 관계자/음성변조 : "금산에서는 길이나 이런 거 아무것도 없어요. 대전 쪽에는 근처에 등산로, 임도, 길이 있는 걸 봤거든요."]
[대전시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신고받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금산 쪽에서 산불 연기가 상당 부분 올라왔고, 그 후에 대전으로 넘어왔거든요."]
최초 발화지가 어디든 산불 원인 조사나 복구에는 지자체별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게 되는데 이번처럼 경계에서 불이 난 경우에는 발화지점에 따라 산불 가해 지역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보니 조사 시작 전부터 불필요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김정오/산림청 산불방지과 사무관 : "그쪽에서 잘못해서 우리가 피해를 봤다는 그런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서로 이쪽이다, 이쪽이다, 갈등이 있는 겁니다."]
대전시와 금산군은 산림과학원, 산불방지기술협회 등과 함께 오는 14일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자체의 떠넘기기식 대처가 안 그래도 산불에 데인 주민들 마음에 혼란과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예은입니다.
김예은 기자 (yes2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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