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못 받고 무료 봉사”…‘공짜 야근’ 부추기는 포괄임금제
[앵커]
계속해서 일터 얘기 해보겠습니다.
1주일 52시간을 보장받기는 커녕 '공짜 야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추가로 일할 때 수당을 정해놨기 때문인데 이런 포괄임금제가 직종과 상관없이 남용되고 있습니다.
신현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자제품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근무표입니다.
나흘 연속 야근, 1주일 동안 12시간 넘는 초과 근무를 했습니다.
연장수당 계산법으로 따지면 70만 원 넘게 받아야 하지만, 50여만 원밖에 받지 못합니다.
연장근로 수당이 애초에 고정돼 있는 '포괄임금' 계약을 했기 때문입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 노동자/음성변조 : "9시~10시까지 근무를 하는 게 주 2, 3회씩 되니까 시간 외 수당으로 계산했을 때는 50% 이상은 못 받고 있는 거죠."]
포괄임금제는 실제 일한 시간을 따지지 않고, 미리 정해둔 연장근로 시간에 따라 '고정 수당'을 지급하는 계약 형태입니다.
계약 내용보다 더 오랜 시간 일했다면 수당도 더 많이 지급해야 하지만, 일터의 36% 가까이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공짜 야근'입니다.
[전자부품 제조업체 노동자/음성변조 : "보상을 해주지 않기 위해서 (포괄임금제를) 하는 거라고 느낄 때가 많아요. 돈을 못 받으면 사실 이거는 그냥 봉사하는 것밖에 안 되는데."]
포괄임금제 사업장의 근로 계약서를 살펴봤습니다.
연장근로 수당만 표시돼있고, 연장 근로시간은 아예 적혀 있지 않습니다.
[권남표/직장갑질119 노무사 : "고정 법정수당을 적어놓다 보니까 이걸 핑계로 연장근로를 시킬 수도 있겠죠."]
포괄임금제는 판례에 따라 근로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특정 직종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무직 등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권남표/직장갑질119 노무사 : "이 분 같은 경우는 마케팅 업무인데 인사총무팀 소속이거든요. (근로시간) 산정하기가 너무 쉬운 직종이에요. 포괄임금제를 할 필요가 사실은 없는 거죠."]
시민단체 조사 결과, 포괄임금제 직장인의 약 88%는 "본인의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공짜 야근' 수단으로 남용되는 걸 막기 위해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 논의와 함께 포괄임금제도 손보기로 했습니다.
사업장 87곳에 대해선 근로 감독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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