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시의 형상을 한 ‘약자의 목소리’다[토요일의 문장]

김종목 기자 2023. 4. 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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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희가 밤과 겨울의 끝에서 웃으며/ 완전한 박탈의 춤을 춘다/ 그녀가 몰아내려는 것은 이 세상/ 사랑하고 증오하고 웃으며 서로를 죽이는 이 세상/ 피를 수확할 이 땅/ 밤 새우며 폭음폭식하는 자들의 이 밤/ 집 없는 자들의 이 고통”.

<밤은 엄마처럼 노래한다>(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지음·이루카 옮김·아티초크) ‘무희’ 중

미스트랄은 194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주로 알려졌다. 그를 소개할 때 빼놓지 않는 게 칠레 5000페소 지폐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노벨상이라는 명성과 지폐 모델이라는 상징성 말고는 잘 알지 못하는 셈이다. 외신이나 문학에 관심을 둔 이라면, 1996년 박경리가 미스트랄 문학메달을 받은 일이나 2010년 갱 속에 갇힌 칠레 광부들이 미스트랄과 네루다 시를 읽으며 버텼다는 내용의 외신을 기억할 것이다. 네루다에게 시를 가르친 이가 미스트랄이다. 이루카는 미스트랄의 시를 두고 “권리를 박탈당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대변”했다고 소개한다. 미스트랄은 아동권리에 관한 글도 많이 썼다. “바로 오늘, 아이들의 뼈가 자라고/ 피가 만들어지고/ 감각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내일’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아이들의 이름은 ‘오늘’> 중)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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