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듣는 사카모토 류이치[책과 책 사이]
“우리가 음악을 하거나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일상이 유지돼야 합니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사회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실감하게 됐습니다.”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지난 2일 별세했다. 많은 이들이 슬퍼하며 그가 남긴 음악들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음악뿐 아니라 많은 말들을 남겼다. 그는 예술가였지만,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선 좋은 사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타계한 직후 그의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청미래)가 찾아왔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잡지 ‘엔진’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해 묶은 책을 10년 만에 재출간한 것이다. 사카모토의 음악과 삶, 생각들을 한눈에 볼 수 있기에 그의 음악을 들으며 읽기 좋은 책이다.
사카모토는 일본의 대표적 학생운동인 전공투 세대의 일원이었다. 10대부터 교복과 교모의 철폐, 시험 및 생활 통지표 폐지 등을 외치며 수업 거부 운동을 이끌었다. 대학 진학 후에도 교정보다는 민중과 함께 호흡하고자 했다. 그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엔 2001년 9·11테러의 영향이 컸다. 뉴욕에 살던 그는 9·11테러 현장을 눈앞에서 봤다. 테러 직후 뉴욕은 ‘무음’ 상태가 됐다. 음악은 사치에 불과했다. ‘극도의 긴장상태일 때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이후 사카모토는 사회적 발언을 이어갔다. 반전과 평화, 환경 문제에도 나섰는데, “사회적인 책임이라기보다 생리적인 위기감 같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사카모토는 자신이 이룬 성취에 대해 그저 ‘환경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음악이 향유되기 위한 삶과 세계의 조건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에 옮겼다. 그의 음악과 함께 정신 또한 오래 남기를 바란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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