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 상자에 담긴 앤 카슨의 말과 글[책과 삶]
플로트
앤 카슨 지음·신해경 옮김
봄날의책 | 292쪽 | 3만8500원
형태만 봐서는 ‘책’이라고 부르기 망설여진다. 푸르스름한 PVC 케이스 안에 앤 카슨이 지은 글 22편과 서지 정보, 차례, 옮긴이의 말 등이 팸플릿 형태로 들어 있다. 종이를 무심코 빼내다 순서가 흐트러질 수도 있지만, 애초 책에는 “순서에 구애받지 마시고, 자유롭게 읽어주세요”라는 당부가 적혀 있으니 개의치 않아도 되겠다.
앤 카슨은 캐나다의 시인, 고전학자, 번역가다. <플로트>는 그가 2000년대 들어 발표한 시, 산문, 비평, 강연록 등을 담았다. 카슨은 국내에도 <빨강의 자서전> <남편의 아름다움> 등이 번역돼 독서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카슨은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플로트>는 읽기가 쉽지는 않은 책이다. 책의 형태가 실험적일뿐더러, 내용도 그렇다. 번역자도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로 인해 몇편 시의 문제의식과 의미를 충분히 옮기지 못했다고 알린다. 다만 고전학자로서의 카슨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강연록은 다른 글에 비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오디세이아>를 통해 선물과 상품의 차이를 살피고, 이 인식을 바탕으로 소설가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경멸>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장뤼크 고다르의 동명 영화를 분석하기도 한다.
시인 김리윤·성다영·김연덕의 ‘내가 읽은 <플로트>’가 실렸다. 이 젊은 시인들은 카슨의 글처럼 시적인 비평을 내놓았다. “<플로트>는 표면에서 미끄러지는 말들이다. <플로트>는 표면을 부수는 생각이다”(김리윤), “<플로트>는 스물두 개의 쓰인 것과 중단(휴지, 쉼)으로 이루어졌다. 중단과 느슨한 결속. 병렬연결은 하나의 종합을 불가능하게 하며 의미의 총체화를 거부한다”(성다영)같은 평들이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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