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투기 광풍, 그 동력은 서로를 끌어들이는 사회적 압력[책과 삶]
투자 권하는 사회
김승우 외 지음
역사비평사 | 328쪽 | 1만8000원
최근 일주일 동안 이슈가 된 뉴스 중 하나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납치·살인극이었다. 이 일은 가상통화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면서 벌어진 사건으로 알려졌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등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용어는 이제 일상어가 됐다.
<투자 권하는 사회>는 일단, ‘부자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10명의 연구자들이 오늘날 사회를 ‘대중투자사회’라고 진단한다. 누구나 주식 앱 하나 정도는 휴대전화에 깔려 있고, 펀드에 너무나 쉽게 진입할 수 있으며, 부동산 투자·투기의 광풍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투자를 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책은 대중투자사회가 시작된 역사적 맥락과 관점을 찾아간다. 한국 사회의 초기 주식·부동산 시장 이야기는 흥미롭다. 개화기 시절 유길준과 김옥균이 여러 명의 자금을 모아 사업을 계획하고 실현할 수 있는 주식회사를 나라를 구할 비책으로 소개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부동산 투기의 시작은 1932년 일제가 함경북도 나진항을 거점 항구로 지정하면서부터다. 당시 나진항은 10~20가구밖에 없던 한적한 어촌이었다. 용달상 홍종화와 토지매매상 김기덕은 일본 군대가 설치된 곳은 촌락에서 도시로 변화해 유망하다는 것을 알고 나진 땅을 미리 사 몇 달 만에 1000만원을 벌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조선반도 전체에서 화제였다고 한다.
지난해 ‘역사비평’ 봄호와 여름호 특집으로 실렸던 원고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논문 형태이기 때문에 딱딱한 문체이지만 역사적 일화가 곳곳에 담겨 흥미롭게 읽힌다. 김승우 스웨덴 웁살라대학 경제사학과 연구원과 이정은 순천대 사학과 교수는 서두에서 “투자를 권하는 사회를 추동하는 주체와 제도, 역사적 변곡점 등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자극하여 투자의 비경제적 측면을 파악할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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