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협상력’ 기대감 높여…‘친윤 영남 지도부’ 한계 넘어야
막판 친윤 핵심 인사 개입 안 통해
계파전보다 개인전 양상서 ‘두각’
윤 “거대 야당 폭주 막겠다” 밝혀
민주당 “여야 협치 계기 만들기를”
7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대구·경북(TK) 출신 윤재옥 의원(65표)이 경기 안성이 지역구인 김학용 의원(44표)을 비교적 큰 표 차로 이긴 데는 김 의원의 ‘수도권 원내사령탑론’보다 ‘거대 야당 상대 협상력’을 내세운 윤 원내대표에게 의원들이 손을 들어준 결과로 분석된다.
김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수도권 출신인 점을 강조하면서 청년·중도층 지지 확대를 통한 수도권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박대출 정책위의장에 이어 원내대표까지 영남 의원이 차지하면 내년 총선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뚜렷한 수도권 승리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윤 원내대표는 야당 시절인 2018년 원내수석부대표로 ‘드루킹 특검’ 합의 실무를 맡았던 경험을 내세우면서 “거대 야당에 맞서려면 충분한 협상 경험을 가진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사실도 강조했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협상과 선거에서 모두 승리해본 자신이 원내 수장이 돼야 한다는 논리였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원내대표가 수도권인 것보다 야당과 협상할 때 치밀하게 하는 게 총선 승리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김재원·태영호·조수진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말실수 논란에 잇따라 휘말린 것이 김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도 많다. 다변인 김 의원의 리스크를 우려했다는 것이다. 반면 윤 원내대표는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윤 원내대표와 김 의원이 모두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면서 계파전보다는 개인전 성격이 강한 선거였다는 해석이 많다. 다만 선거 후반 일부 친윤계 핵심 인사들이 김 의원을 밀면서 이에 대한 역풍이 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김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될 경우 원내수석부대표로 유력 거론되던 친윤계 핵심 의원에 대한 반발 심리가 표심에 작용했다는 주장이 여럿 제기됐다.
선거 때면 물갈이 위협에 시달리는 영남권 의원들의 불안감을 윤 원내대표가 잘 분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원내대표는 “공천에 억울함이 없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윤 원내대표는 친윤 일색 지도부라는 비판을 극복하면서 수도권·중도층·청년층 지지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원내에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양곡관리법 재의결과 간호법·방송법 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대장동 50억클럽 및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특검에 대응하는 동시에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입법 성과를 내야 한다. 오는 10~13일에는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린다. 윤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효과적인 전원위 대응을 위해 원내 주요 당직 인선을 일단 미루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판단 착오 없이 디테일까지 챙기는 원내 전략으로 115석으로 169석(민주당)을 뛰어넘는 협상의 전략과 지혜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새 지도부가 구성됐기 때문에 당정 간에 새로운 협력을 다지는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야 협치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한다”며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전하겠다는 그 기백을 결코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당정일체로 국정의 책임성은 키우되 통법부를 자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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