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문 4조원대 손실…재고 급증·가격 하락 겹쳐
적정의 2배 넘는 10주치 물량 쌓여
D램 고정가는 1년 전의 절반 수준
“메모리 재고 2분기부터 개선 기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인위적 감산에 돌입한 것은 재고 증가와 가격 하락에 따른 적자 확대를 더는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감산 공식화는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결정을 내리기까지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7일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사업부별 영업이익은 반도체(DS) -4조4410억원, 디스플레이(SDC) 5640억원, 모바일(MX)·네트워크 3조749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2140억원으로 추정된다.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75% 감소한 원인은 오롯이 반도체 업황 부진 때문이다. 반도체 사업의 적자 전환은 재고평가손실 확대와 평균 판매단가 하락이 겹친 결과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 재고는 2021년 말 16조4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76.6% 급증했다. SK증권은 1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D램 재고가 10주 후반에 이를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통상 업계의 적정 재고 수준이 4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글로벌 수요 침체로 빠르게 하락하며 ‘현금 원가’에 근접했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올해 1∼3월 1.81달러까지 하락했다. 낸드 고정가도 작년 1∼5월 4.81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3.93달러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잠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내부 회의에서 감산 여부와 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반도체 업황을 고려해 감산해야 한다는 입장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위해 기존 기조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맞섰다. 최종적으로 생산량, 재고량, 수율 예측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래 수요에 필요한 물량을 이미 확보한 만큼 감산에 나서도 무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경쟁사들은 속속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결정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말부터 감산에 나선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도 감산 행렬에 동참하면서 반도체 수급 개선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는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겠지만 하락폭은 D램 -1%, 낸드 -1%로 개선되고 메모리 재고도 2분기부터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불황 속에 ‘갤럭시 S23’ 판매 호조가 대규모 적자를 만회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S23의 1분기 판매량을 전작 대비 약 50% 증가한 1100만대 수준으로 추정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모바일 사업부는 제품 믹스 개선으로 1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2.3% 증가한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이 중남미 주요 국가에서 전작 대비 1.7배, 유럽 1.5배, 인도 1.4배 등으로 판매량이 증가했고, 국내 판매도 100만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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