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현X이금민 멀티골-박은선 쐐기골"콜린벨호,잠비아에 5대2승!짜릿한 재역전극[女A매치 현장 리뷰]
'잉글랜드 WSL 듀오' 조소현(토트넘 위민)과 이금민(브라이턴 위민)이 에이스의 품격을 아낌없이 보여줬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FIFA랭킹 17위)은 7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아프리카 복병' 잠비아(FIFA랭킹 77위)와의 1차 평가전에서 전반 24분, 후반 39분 조소현, 후반 13분, 17분 이금민의 연속골, 후반 추가시간 박은선의 쐐기골에 힘입어 5대2로 승리했다.
7월 개막하는 2023년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3회 연속 본선행에 성공한 여자축구 A대표팀은 콜롬비아(FIFA 랭킹 26위), 독일(FIFA 랭킹 2위), 모로코(FIFA 랭킹 73위)와 H조에 속했다. 한국은 북아프리카 모로코전 가상 파트너로 잠비아를 택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해 9월 화성에서 열린 자메이카전 이후 7개월만에 국내에서 열린 여자축구 A매치 현장을 찾았다. 여자축구 대표팀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했다. 지난 4일 별세한 '1990년 여자축구 대표팀 첫 사령탑' 고 박경화 감독을 추모하는 묵념에 이어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 조소현의 선제골, 잠비아 듀오의 역습
이날 벨 감독은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A매치 소집 직전 '신흥 라이벌' 수원FC-인천현대제철(1대 0승)의 WK리그 경기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미드필더 장 창(인천 현대제철)이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고, 강채림도 부상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지난해 말 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한 '지메시' 지소연(수원FC)이 발목 통증 재발로 훈련에 임하지 못했다. 공격수 최유리(인천 현대제철), 베테랑 수비수 심서연(수원FC)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해 7월 23일 E-1 챔피언십 중국전(1대1 무) 이후 9개월 만에 부상을 털고 돌아온 '베테랑 중원사령관' 조소현(토트넘 위민)의 복귀가 그나마 위안이었다.
벨 감독은 이날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3연속 월드컵 진출 레전드' 김정미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임선주-홍혜지-김혜리가 스리백으로 섰다. 조소현-이금민-장슬기-김윤지가 중원에 포진하고, 추효주- 손화연-정설빈이 스리톱으로 출격했다.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엔 KFA 여자월드컵 응원 슬로건 '고강도: 높게 강하게 도전하라'는 플래카드가 힘차게 휘날렸다.
전반 2분 추효주의 크로스에 이은 정설빈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겼다. 전반 8분 이금민의 위협적인 슈팅이 빗나갔다. 전반 13분 임선주의 로빙패스를 이어받은 추효주가 왼쪽 측면을 뚫어내며 크로스를 올렸으나 슈팅은 불발됐다. 전반 14분 세트피스 상황 조소현이 노려찬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 18분 잠비아의 역습, 올 시즌 스페인 여자축구리그 PDF 24경기에서 17골을 터뜨리며 득점3위를 달리고 있는 레이첼 쿤다난지(마드리드)의 슈팅을 김정미가 잡아냈다. 전반 초반 임선주, 조소현, 추효주로 이어지는 왼쪽 라인이 번뜩였다. 수차례 찬스를 창출해냈다.
그리고 전반 24분 세트피스, 마침내 돌아온 조소현의 컴백골이 터졌다. 코너킥에서 '캡틴' 김혜리가 밀어준 볼을 임선주가 지체없이올렸고 조소현이 오른발로 컨트롤한 후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다. A매치 143경기 만에 터진 24호골, 지난해 2월 아시안컵 필리핀전(2대0 승) 이후 14개월만에 골맛을 봤다.
그러나 흐름을 지배하던 전반 32분 이후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이날 공수에서 맹활약한 수비수 임선주가 반다 바브라와 충돌해 쓰러졌다. 교체를 준비하며 10대11의 수적 열세, 문전 혼전 속에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 37분 쿤다난지가 기어이 골을 밀어넣었다. 벨 감독은 '영건' 천가람을 투입했고, 추효주가 임선주가 섰던 스리백 왼쪽으로 내려섰다. 전반 43분 바브라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김정미가 왼손으로 막아냈다. 전반 추가시간 천가람의 크로스에 이은 손화연의 헤더가 아깝게 빗나간 직후 또다시 잠비아의 역습, 쿤다난지의 강력한 피지컬로 수비라인을 허물며 전광석화같은 돌파에 이은 바브라의 마무리. 한국이 1-2로 밀린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서른 살 생일' 이금민의 멀티 축포 '재역전'→ 조소현 '멀티' 쐐기골
후반 시작과 함께 콜린 벨 감독은 전반 머리 부상이 있었던 정설빈을 빼고 피지컬 좋은 베테랑 박은선을 투입해 높이를 이용한 공격, 포스트 플레이를 노렸다. 또 임선주의 공백을 메우고자 포백으로 포메이션을 전환했다. 장슬기-홍혜지-김혜리-추효주가 수비라인에 포진했다. 전반 왼쪽 윙어, 스리백 왼쪽 수비로 맹활약한 추효주의 세 번째 보직 변경. 장슬기 역시 중원에서 익숙한 풀백자리로 이동했다. 후반 12분 벨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김혜리의 후방 롱패스를 이어받은 박스안 박은선이 머리로 뚝 떨군 볼을 이금민이 센스 있게 찍어올리며 골망을 흔들었다. '1994년 4월 7일생' 이금민의 생일 축포, 한 골로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13분 조소현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의 손끝에 걸린 직후 또다시 이금민이 쇄도했다. 후반 17분 잠비아 수비수 3명을 뚫고 나오며 오른발로 날린 슈팅이 또다시 골대로 빨려들었다. 3-2, 경기를 다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벨호는 멈춰서지 않았다. 2-3선을 오가며 조소현, 장슬기가 쉼없이 몸을 던졌고 박은선, 천가람이 호시탐탐 골문을 노렸다. 후반 중반 이후 동점골을 노리는 잠비아의 반격이 거셌다. 전반 골맛을 봤던 바브라와 쿤다난지가 측면. 중앙으로 빠르게 쇄도하며 아프리카 특유의 빠르고 강한 축구를 보여줬다. 하지만 후반 투입된 '2002년생 막내' 천가람, '88년생 베테랑' 조소현이 한발 더 뛰며 동료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후반 39분 막내와 맏언니의 눈빛이 통했다. 천가람이 박스 안으로 가볍게 찔러넣은 땅볼 크로스를 조소현이 침착하게 깔아차며 마무리했다. 4대2, 잠비아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추가시간까지 콜린 벨호의 공세는 이어졌다. 천가람이 문전의 이금민에게 찔어넣은 패스, 이금민이 문전의 박은선을 바라봤다. 후반 '게임체인저'로 맹활약한 박은선이 기어이 골을 밀어넣었다. 2014년 5월 22일 베트남 아시안컵 4강 호주전(1대2패)이후 무려 9년 만의 짜릿한 골맛! 결과는 5대2 대승이었다.
기다렸던 베테랑 박은선의 골까지 터지자 관중석의 지소연과 심서연, 동료들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려 환호하며 기뻐했다. 전반에 1-2로 역전 당한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후반 무려 4골을 몰아치며 1300여 명의 '직관' 여자축구 팬들에게 뜨거운 승리를 선물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가 '중요한 것 꺾이지 않는 마음', 아니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중꺾그마)'이라는 명언을 빅버드에 심어놓은, 불굴의 한판 승부였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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