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제국의 기반 다졌던 노예무역... 찰스 3세, ‘흑역사’ 연구 협조

김지원 기자 2023. 4. 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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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 바뀌자마자 불거진 ‘노예무역’ 과거사
아프리카국 英연방 탈퇴 움직임
영국 찰스 3세 국왕/AP 연합뉴스

제국주의 시대 영국 왕실의 과오로 꼽히는 ‘노예무역’이 최근 영국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이후 영연방 국가들의 이탈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다음 달 대관식을 앞둔 찰스 3세가 과거사에 대한 유감을 공식 표명하고 과거 식민지 국가들에 약탈한 유물들을 반환하는 등 쇄신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6일(현지 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찰스 3세는 과거 영국 왕실과 노예무역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를 지지하며, 관련 왕실 자료들을 제한 없이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왕실이 공식 입장으로 노예무역에 대한 역사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왕실 대변인은 “국왕은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노예무역은 영국의 대표적인 ‘흑역사’로 꼽히지만, 왕실은 그간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공식적인 사과는 피해왔다. 16~19세기 영국은 노예무역의 중심지로, 아프리카에서 미국·카리브해 등지로 흑인 노예들을 이주시켜 플랜테이션 농장 등에서 착취하면서 ‘대영제국’의 경제 기반을 다졌다. 영국국립기록보관소에 따르면 1640년부터 노예무역이 폐지된 1807년까지 영국은 약 310만명의 아프리카인을 노예로 삼아 거래했다. 최근 가디언은 17세기 국왕 윌리엄 3세가 유명 노예무역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으로부터 노예무역 회사의 주식을 양도받은 기록이 남아 있는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민감한 문제에 찰스 3세가 직접 나선 건 영연방 국가의 이탈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전후로 케냐, 자메이카 등 식민지 출신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연방 탈퇴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해 3월 자메이카에서는 윌리엄 왕세자의 방문을 앞두고 식민 지배와 노예무역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찰스 3세는 지난해 르완다에서 열린 영연방 수반회의에서 “(노예무역으로 인한) 수많은 사람의 고통에 느끼는 개인적인 슬픔의 깊이를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영국은 과거 식민지에서 약탈했던 유물들도 일부 반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런던 호니먼박물관은 영국군이 1897년 베닌 왕국(현재의 나이지리아)에서 약탈한 청동 유물 등 문화재 6점을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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