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관리’ 필요한 염증성 장 질환, 전문센터 확대로 치료 환경 개선[의술인술]

기자 2023. 4. 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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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익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염증성 장 질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여러 요인으로 위장관 내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며, 공통적인 증상으로 만성적인 설사, 복통이 흔하다. 크론병은 급격한 체중 감소와 함께 치루, 농양 등의 항문 병변, 궤양성 대장염은 점액 변, 혈변, 뒤무직(배변 후에도 장에 변이 남은 것처럼 느끼는 증상)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심한 피로감, 발열, 식욕 부진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복통, 설사, 혈변 등이 1개월 이상 지속, 반복될 경우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염증성 장 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소화기관의 영양분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 영양결핍, 영양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염증이 심해지는 경우 장 폐쇄, 협착, 천공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해 수술해야 할 수도 있으므1로 조기에 진단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치료는 약물치료가 우선이며 5-아미노살리실산(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쓰인다.

특히 TNF-알파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제제는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염증 완화뿐만 아니라 점막 치유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생물학적제제가 치료에 쓰이기 시작한 최근 10년간은 입원 및 응급실 방문, 장 절제술 등이 모두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 생물학적제제가 염증성 장 질환의 예후를 크게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염증성 장 질환 관리 시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동반 질환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자가면역 질환으로 염증이 장관 외에도 영향을 미쳐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관절, 피부, 눈 등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드물게는 폐, 심장, 췌장 등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염증성 장 질환은 평생 지속하는 만성질환으로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고, 동반 질환의 관리까지 염두에 둬야 하므로, 최근에는 좀 더 전문적이고 통합적인 관리를 제공하는 염증성 장 질환 전문센터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센터는 질환 경과를 장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면서 관리하기 쉽고, 소화기내과는 물론 류머티즘내과, 피부과, 안과, 항문외과, 영상의학과 등 질환과 관련한 다양한 진료과의 협진 체계를 구축해 동반 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도 이점이 있다.

기존에는 환자가 비교적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문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이 많았지만, 최근 지역 거점 병원에서도 전문센터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영남대병원도 최근 염증성 장 질환 전문센터를 개소해 대구·경북 지역의 염증성 장 질환 환자들에게 더욱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염증성 장 질환 치료 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희소 질환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환자들이 너무 절망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환자가 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갖고, 주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와 관리를 유지하면서 급작스러운 재발, 합병증, 동반 질환 등을 예방하고 악영향을 최소화한다면 충분히 소중한 일상을 지킬 수 있다.

장병익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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