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누군가의 생계… 산불 초동진화할 때 가장 보람"
“가족과 이웃을 위해 산불은 무조건 막아야죠”
충북 제천시 남부산불전문예방진화대(산불진화대)를 이끄는 김형철(49) 대장은 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크게 번질 산불을 초동진화하면 가장 보람 있죠”라며 “언론이나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저희에겐 작은 불이라도 초기에 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 내수면에서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다가 봄철(2~6월)과 가을철(10, 11월)엔 산불 끄거나 예방에 나서는 진화대원으로 변신한다. 김 대장은 “4~5년 전 수산면에서 산불이 났는데 당시 전국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헬기 지원이 없었다”며 “진화 작업 중 갑자기 역풍이 불어 대원 4~5명이 간신히 몸만 빠져나오고 장비는 불에 타는 등 위험한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연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전국 곳곳에 산불이 났다. 충북 제천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산불이 이어졌다. 지난달 18일 청풍면 오산리, 한수면 북노리에서 산불이 동시에 발생했다. 김 대장과 대원들은 중앙산불진화대와 함께 초동진화에 성공했다.
지난달 22일 수산면 상천리와 접경지역인 단양군 적성면 성곡리에서 산불이 났다. 남부 산불진화대는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 차량 진입이 가능한 곳에서부터 가파른 산세를 뚫고 산불 현장까지 1.4km를 20여분 만에 진화호스를 연결해 큰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아냈다.
이어 지난달 30일 산불 대응 1단계까지 발령된 봉양읍 봉황산 산불이 발생하자 출동명령이 내려졌다. 남부산불진화대는 산림청 진화대와 함께 종횡무진 산불현장을 누볐다.
특히 산불이 동막마을과 인근 송전탑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송전탑 50m 앞을 저지선을 설정하고 방화선을 구축해 진화에 성공했다. 밤샘 진화로 이튿날 오전 9시 25분쯤 완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 대장은 “대원들이 지역에서 형제처럼 지낸 사이로 산불이라는 극한상황에서도 목소리 높낮이나 눈동자, 손동작 등 하나하나에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며 “임도는 물론 소로, 농로 등의 지리를 잘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 빨리 산불 현장에 도착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도 살피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이은 철야작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한숨 돌릴 틈도 없었다. 이달 1일 낮 12시10분쯤 청풍면 도화리에 산불이 난 탓이다. 김 대장과 대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동해 초동진화에 성공해 인근 미인봉과 조가리봉 등 큰 산으로 번질 산불을 껐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30여건의 산불이 발생해 헬기 투입이 어려웠다. 또 벚꽃 구경을 나온 상춘객들로 산불 발생 지역 진입도로가 막혔다.
김 대장은 “도화리 산불이 났을 때 헬기 지원도 어렵고 상춘객들로 소방차 접근도 어려워 대원들과 상의해 우회도로와 접근로를 찾았다”며 “옥순대교를 우회해서 현장에 도착해 초동진화에 성공했지만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역산불진화대는 해마다 모집한다. 대부분 마을회관에서 근무하다 산불이 나면 현장으로 출동한다.
제천엔 3곳(남부, 중앙, 북부) 산불진화대엔 상황요원을 포함해 63명이 근무한다. 남부산불진화대는 20명이 5개조로 맡고 있다. 조별 역할은 1,2조 화재 공략조, 3조 살수차 등 장비관리를 하는 기계조, 4조 보급조, 5조 후방지원조로 나뉜다. 대원 중 일부는 버섯이나 두릅 등을 채취하거나 장뇌삼을 재배하는 등 산림이 삶의 터전이자 생계다. 또 남부진화대가 맡고 있는 4개 지역(청풍면, 수산면, 금성면, 한수면) 주민도 산림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이 많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의 대답은 산불 조심이었다. 김 대장은 “산불은 미래세대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장 그 지역 주민의 생계가 달린 삶의 터전”이라며 “산에 오를 땐 라이터 등 화기를 아예 소지하지 말고 산림 인근 도로에서 차량 밖으로 담뱃불을 던지는 것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천=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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