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할 일 했는데 날아든 벌금고지서
"각오해. 대형 화재야"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이 소화전 앞에 불법 주차한 차량의 유리창을 깬 뒤 뚫린 차창을 통해 소방호스를 연결합니다. 우리에겐 아주 낯선 장면이지만 영화 속 설정만이 아닙니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소방본부가 공식 SNS에 올린 사진을 보면 영화 속 장면과 똑같거든요.
캐나다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벌어지는데 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차량 소유주는 피해 보상은커녕 오히려 경찰로부터 주차위반 스티커와 벌금을 부과받습니다.
소방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거죠. 우린 어떨까요?
지난 2021년 8월 길거리 불법 현수막을 단속하고 철거한 춘천시 광고물팀 소속 공무원들이 현수막 주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습니다. 재물손괴로요. '공무원이 맡은 일을 했는데 말이 돼?'싶으시겠지만 말이 되나 봅니다.
나흘 전, 법원이 이 공무원들 3명에게 각각 벌금 50만 원씩을 선고했거든요. 이들은 부당하다며 정식 재판을 요청했고 춘천시도 법률 지원을 약속했습니다만. 참 첩첩산중입니다.
피고인이 된 공무원들이 먼저 변호 비용을 내면 춘천시가 보전해주는 방식인 데다가 혹 재판에서 지면 지원 비용을 도로 반납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시로부터 징계를 당할까도 걱정해야 합니다.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유무죄 여부와 관계없이 기소만 돼도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고 돼 있거든요.
불법 현수막 난립은 행인이 줄에 걸려 다치고 교통 신호등을 가려 사고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를 단속하는 공무원들이 되레 검찰과 법원에 불려 다니고 불이익과 손해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그 누가 '적극 행정'에 나설까요.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와 공복으로서의 소명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미국 소방관이 부럽습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미국 공무원이 부럽다? 말하고 나니 더 부끄럽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할 일 했는데 날아든 벌금 고지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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