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앞 다가온 4월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 변수는
‘다시 한 번 동결이냐 인상이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4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통방회의)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으로 내려서면서 금통위가 현 기준금리(3.5%)를 또다시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세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데다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국내 공공요금 인상 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미 상단 기준 1.5%포인트)도 변수로 꼽힌다.
7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11일 통방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 2월 열린 통방회의에선 기준금리를 동결해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일단 멈춤’으로 돌아선 상태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동결 배경에 대해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 2월 상승률(4.8%)보다 0.6%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지난해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이는 한은의 물가 예상 경로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물가 전망과 관련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낮아졌는데, 3월의 경우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 3%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금통위가 이번 통방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한 번 더 동결할 여력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경기 위축을 부추기기보다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물가·환율·경기 등을 더 지켜볼 것이란 예측이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는 점도 동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3.6% 감소한 551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무역수지도 4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3월부터 13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1%로 집계됐다. 국내·외 주요 기관 등도 올해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이 2%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뱅크데믹’(은행을 뜻하는 영단어 뱅크와 팬데믹의 합성어) 여파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시장의 ‘금통위 금리 동결’ 전망을 뒷받침하는 배경 중 하나다. 기준금리 결정 시 연준의 긴축 방향·속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서면 우리도 통화정책 운영에 다소 여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동안의 고강도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졌고, 최근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 등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금리 인상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은 아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폭 둔화하기는 했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은 추가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3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4.8%로 전월(4.8%)과 같았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만이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4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큰 폭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 점차 낮아지겠지만 둔화 속도가 소비자물가보다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여전히 향후 물가 경로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국제유가 추이와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폭과 시기 등을 변수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조치는 국제유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OPEC)와 기타 산유국들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 조치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물가 역시 영향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감산 조치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상존한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 역시 추후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공공요금은 그 자체로서 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각종 재화·서비스의 비용 요인으로서 간접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될 수 있다.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인 중 하나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0%로, 상단 기준 한국과의 금리차는 1.5%포인트 벌어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통위가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및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금통위는 국내 물가 추이와 함께 경기 둔화 우려, 그동안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금통위는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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