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측 "병가에 관용차 타고 시청서 뇌물 줬단 거냐"…검찰과 공방

공사 관용차 운행일지 신빙성 문제제기
자택, 성남시청 CCTV 두고도 논박 오가
아파트 대금 출처 지적엔 "경조사금 등"
검찰 "배우자 계좌에 장기간 수억 입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대장동 민간사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측이 법정에서 검찰과 증거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양측이 언성을 높이며 의견 충돌을 보이자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7일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부정처사 후 수뢰 등 혐의 2차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입증 취지에 대해 반박했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13년 설 명절 무렵 성남시청에서 금품을 건넸다'며 제시한 관용차 운행일지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2013년 설 연휴는 2월 9~11일까지고, 유 전 본부장은 2월 4일부터 14일간 요추 염좌 등으로 병가를 냈는데 (2월 4일) 관용차를 탔다고 기재돼 있다"며 "떡값을 줬다는 시점에 관용차를 타고 성남시청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병가를 2월 4일 당일 신청했다는 점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출근해 업무일정을 진행한 뒤 병가 신청을 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공소사실은 '2013년 설 연휴 전 1,000만 원을 교부했다'는 것이므로 병가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이 금품수수 장소로 '자택 아파트 3·4라인의 폐쇄회로(CC)TV에 찍히지 않는 공터'를 지목한 것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해당 아파트는 'ㄷ'자 모양의 복도식으로 출입구가 하나뿐이라 3·4라인이라고 부를 장소가 없다"며 "CCTV를 피하려 계단에서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나, 출입구에 CCTV가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전 실장 측이 언급한 구조의 아파트는 2014년 뇌물 5,000만 원을 수수한 장소로, 문제 삼은 3·4라인은 2019년 뇌물 3,000만 원을 받은 다른 아파트에 관한 설명이라고 밝혔다.

정 전 실장 측은 또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여기저기 CCTV가 설치된 성남시청 사무실에서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인데, 이번 건은 일부러 주거지를 방문해 계단에서 제공했단 게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가짜 CCTV 의혹'과 관련해 "정 전 실장이 근무하는 곳에 CCTV가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고 맞받았고, 재판부는 "CCTV가 실제 어떻게 설치·작동됐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정 전 실장 측은 배우자 아파트 분양대금 및 채무변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검찰 지적엔 "지인 차용금, 적금 해지, 부모 칠순·팔순잔치와 부친 장례식 경조사금 등"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에 "피고인 배우자 계좌에 정체불명의 현금 수억여 원이 장기간 입금된 내역이 있다"며 "종전 전셋집에 대한 전세자금 변제를 현금으로 했는데 어떻게 마련했냐는 것이 요지"라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날 정 전 실장이 청구한 보석과 관련해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다수 관련자들의 증거인멸 시도에 자해까지 있어 보석 여부, 허가 시 조건 설정 등에 고민이 있다"며 "추가로 법리와 조건에 대한 의견을 주면 종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지난해 11월 석방된 후 자해를 시도한 바 있다. 오는 6월 구속기간 만료를 앞둔 정 전 실장은 이날 직접 보석 필요성에 대해 작성한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