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
상권재생을 넘어 ‘로컬산업’으로의 성장
포틀랜드시는 도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유명한 도시이다. 그중에서도 ‘스마트 성장(Smart Growth)’ 정책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포틀랜드시는 스마트 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1970년대에 도시성장경계(Urban Growth Boundary)를 설정하여 무분별한 도시확장, 난개발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도시 내부 충진개발(infill)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대중교통망 구축,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 등을 병행해 오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다. 여기에 더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도시·교통·환경 정책 등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는 포틀랜드시에 최근에는 또 다른 수식어가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바로, ‘로컬 산업’이다. 로컬 산업이란 포틀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드화 된 스몰 비즈니스(small business)를 말하는데, 포틀랜드시에는 단일 형태의 소규모 점포에서 발전하여 소상공인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스몰 비지니스가 브랜드화되며 하나의 지역특화 산업분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로컬 산업 또는 독립 산업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로컬 산업 분야는 커피부터 수제 맥주·자전거·운동화·로컬푸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는 포틀랜드시 사례를 통해 그간 우리가 알던 스몰 비즈니스가 단순한 하나의 점포가 아닌 새로운 하나의 산업군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틀랜드시 사례는 이것이야 말로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도시재생 사업의 중요한 추진방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포틀랜드시는 어떻게 단순한 상권재생, 상권활성화를 넘어서 새로운 산업생태계 형성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일까? 그 해답은 시에서 추진한 동네경제개발전략(Neighborhood Economic Development Strategy)과 같은 종합적인 상권 활성화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에도 업무상업지구(Business Improvement District), 메인 스트리트 프로그램(Mainstrteet Program)등과 같은 다양한 상권활성화 제도와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도심 상권활성화를 단순한 지원, 관리에서 나아가 경제개발전략으로 채택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전략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만하다. 상권재생을 단순한 빈 점포 살리기 사업이 아닌, 시의 핵심 산업 특화전략으로 접근한다는 점은 새로운 도시재생사업 방향을 찾는 우리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쇠퇴된 도심기능 회복을 위한 문화상업지구 재생
버밍엄은 영국 제2의 도시이자 대표적인 공업도시이다. 산업도시로 성장해 온 도시이지만 제조업 쇠퇴와 함께 1970년대에 극심한 실업이 발생하며 도시 전체가 쇠퇴되었던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산업도시였던 버밍엄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버밍엄시는 도심공간에 주목했다. 도심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교통접근성, 그리고 이러한 장점 때문에 기존에 이미 발달해 있었던 업무상업기능을 재조명하고자 한 것이다.
버밍엄시는 도심의 문화, 상업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브린들리플레이스(Brindleyplace) 광장과 불링Bullring) 쇼핑센터 재생을 추진했다. 가장 먼저 광장과 쇼핑센터를 통해 장소성을 부각시켰다. 문화와 쇼핑 기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과거의 자동차 중심 교통체계와 공간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해 나갔다.
그리고 공공은 버려졌던 도심에 사람이 찾아오도록 공연장, 미술관, 광장 등을 곳곳에 조성하였다. 광장과 대형 쇼핑센터를 메인으로 하여 랜드마크를 조성한 뒤 이를 거점으로 하여 파급효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보행자 도로 네트워크로 연결해 나가며 네트워크 교차점에 미술관 등 문화시설을 배치하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버밍엄의 도심재생의 메인을 담당했던 광장과 쇼핑센터만을 두고 본다면 이것은 단순한 공공공간조성사업 또는 상업시설개발사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도시재생사례로 주목하는 이유는 이를 거점으로 주변지역과 연계시키는 면적인 활성화 전략을 추구했다는 데 있다.
도시디자인과 건축적인 측면에서 광장과 쇼핑센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공간이겠지만 이를 거점공간으로 활용하여 도심의 기능을 회복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 결과 버밍엄은 과거 제조업과 자동차 중심의 도시에서 이제는 세계적인 문화와 쇼핑의 중심지이자 보행자 천국으로 완전히 탈바꿈하여 명성을 떨치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도시재생이란?
도시재생의 선진사례로 불리는 영국, 일본 등에서는 도시재생을 넒은 의미로 포괄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도시재생은 주민이 참여하여 마을을 가꾸고 상인회를 중심으로 시장과 상점가를 활성화하기 위한 공공의 지원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형태도 분명 도시재생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겠으나 전부라 할 순 없다. 쇠퇴된 지역에서의 도시재생이란 지역경제 활성화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의 도시재생전략에서 경제개발, 도심 기능회복 등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도시재생 정책과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시각을 넓힌다면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주체도 주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민간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고, 참여 방식도 단순한 의견수렴에서 나아가 파트너로서의 계획참여, 사업시행, 운영관리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새정부 들어서 강조되고 있는 지역특화재생과 경제재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고 어떻게 지역을 특화해 나가고 경제거점을 형성해 나가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복합거점이 조성되더라도 이것이 기존의 도시개발방식과 도시재생이 어떻게 다른지를 염두에 둔다면 도시재생사업의 실행력과 파급력은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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