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로 성병 예방?
피임 없는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일반적 항생제인 독시사이클린을 복용하면 고위험군이 성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 시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독시사이클린은 동성애 남성, 양성애 남성, HIV에 걸렸거나 HIV 예방약을 복용 중인 트랜스젠더 여성이 매독, 클라미디아 감영증, 임질에 걸릴 위험을 3분의 2까지 낮췄다. 그런 점에서 독시사이클린은 고위험군에겐 성병예방 '모닝 애프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헬스 데이'는 표현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감소 추세였던 세균성 성병이 우려할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재증가 추세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한 이동제한이 있었던 2020년에도 계속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 해에만 240만 명의 미국인이 클라미디아, 임질, 매독에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경향은 모든 인구에서 나타났지만 특히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들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세균성 성병에 걸릴 위험이 특히 높은 고위험 그룹에 초점을 맞췄다.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남성과 트랜스젠더 여성 중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됐거나 HIV 예방을 위한 처방약인 HIV PrEP를 복용 중이거나 지난 1년간 세균성 성병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진은 500명의 참가자를 무작위로 두 그룹 중 하나에 배정했다. 약 3분의 2에게는 피임 없는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독시사이클을 200밀리그램(㎎)을 복용하게 했다. 나머지는 평상시 그대로 지내도록 했다. 그리고 모두 3개월마다 성병 검사를 받게 했다.
1년 뒤 독시사이클린 처방군은 세균성 성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3분의 2로 줄었다. 3개월마다 성병 발생률이 독시사이클린군에선 약 11%였던 반면 비교군에서는 30% 이상으로 나타났다.
예방용 독시사이클린은 클라미디아와 매독에 가장 효과적이어서 HIV 음성인 경우 감염 위험을 90%가까이, HIV 양성인 경우 70%이상 줄였다. 임질 예방효과가 가장 낮았지만 55% 감소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가 매우 뚜렷했기에 임상시험을 1년만에 조기 중단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UCSF 의대의 애니 루에트케마이어 교수(면역학)는 "그동안 성병예방은 콘돔에 많이 의존해왔는데 또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발현한 점이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성병 예방조치도 '마법의 총알'이 될 수 없으며 콘돔 사용, 잦은 성병 검진, B형간염 예방접종이 포함된 패키지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임상시험이 세균성 성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모든 사람이 피임없는 성관계 후 독시사이클린을 복용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항생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면 독시사이클린과 같은 계열의 다른 항생제에 대한 박테리아 내성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
논문을 검토한 에모리대의 전염병 전문가이자 HIV의학협회 부회장인 콜린 켈리 교수는 매독이나 클라미디아가 독시사이클린에 내성을 보인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임질 균주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다. 또 시간이 지나면 독시사이클린의 임질 예방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켈리 교수는 지적했다.
루에트케마이어 교수는 독시사이클린을 온라인에서 구입하거나 친구의 처방전을 사용하여 스스로 복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현재로서는 시스젠더 여성(생물학적 성과 성적 정체성이 일치하는 여성)이 고위험군에 속하더라도 성병 예방을 위해 독시사이클린을 사용하는 것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케냐에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는 HIV PrEP를 사용하는 젊은 여성의 경우 독시사이클린을 아침 복용해도 세균성 성병의 위험이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루에트케마이어 교수는 현재로서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211934?query=featured_hom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상하게 살이 찐다? ‘체중 증가’ 부르는 약물 6 - 코메디닷컴
- 건강에 가장 좋은 견과류는 '이것' - 코메디닷컴
- 이런 운동, ‘허리’에 최악...통증 완화 방법은? - 코메디닷컴
- 회사에선 인정받는 남편, 아내가 무시하는 이유는? - 코메디닷컴
- 췌장 건강 해치는 나쁜 습관 vs 보호하는 식품 - 코메디닷컴
- 살찌면 게으르고 의지 부족?...유전 요인이 더 커 - 코메디닷컴
- 잠든 사이 우리 몸에서는 일어나는 일 - 코메디닷컴
- 카레 vs 커큐민, 기억력·항암 효과에 변화가? - 코메디닷컴
- 바람 빠진 근육 되살리는 최상의 영양소는? - 코메디닷컴
- 중년의 뱃살 관리...아침에 뭘 먹어야 할까 -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