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줄 임원’을 아시나요?…담장 위를 걷는 건설업계 [부동산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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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위반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잇따른 판단에 건설업계에서 초긴장하고 있다.
전체 산업 사망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건설업계에선 이런 분위기라면 누구든 범죄자가 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토로한다.
중처법 위반 첫 사건은 지난해 1월 경기 양주시 채석장 토사붕괴로 3명이 숨진 사건이다.
한 신탁회사 사내 변호사는 "기업의 오너가 중처법으로 기소가 된 선례는 기업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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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정 모호…“일하는 사람보다 규정 감시인력 더 많아야할 판”
“CSO는 빨간줄 임원으로도 통해”
[헤럴드경제=박일한·고은결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에서 규정하는 의무 내용이 너무 많고 포괄적이에요. 건설현장에서 물건 하나 옮길 때 일하는 사람보다 그걸 감시하는 사람이 더 많아야 하는 수준입니다. 중소·중견 기업에선 더더욱 실천하기 어려울 겁니다.”(A건설 관계자)
“안전조치 의무자가 누구인지 불명확해요. 원청인지, 하청인지, 시설 장소의 지배자인지, 운영자인지 관리자인지 그때그때 유권해석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다 건설업체 누구든 범죄자가 될 수 있어요. ”(B건설 건설본부장)
중처법 위반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잇따른 판단에 건설업계에서 초긴장하고 있다. 전체 산업 사망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건설업계에선 이런 분위기라면 누구든 범죄자가 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토로한다. 중견건설업체인 C사 대표는 “업계에서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는 ‘빨간줄 임원’으로 통한다”며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선 매년 평균 500여명의 근로자가 사망한다. 일반 산업과 비교해 10배 이상 많다. 작업 가능일 수를 기준으로 매일 2명이상 사망하는 꼴이다. 중처법 시행으로 건설사를 소유한 대기업 오너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중처법 위반 첫 번째 사건과, 첫 번째 판결은 모두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중처법 위반 첫 사건은 지난해 1월 경기 양주시 채석장 토사붕괴로 3명이 숨진 사건이다. 지난달 31일 의정부지검은 삼표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고 기업의 대표이사도 아닌 그룹 회장을 중처법 의무 주체로 판단해 논란이 크다.
6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단독4부 김동원 판사가 내린 중처법 위반 첫 판결도 건설현장 사고다.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5층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인데, 법원은 원청업체인 온유파트너스 정모 대표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잇따른 판결에 건설사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D건설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오너까지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비상 사태로 여기고 있다”며 “산재 예방을 위해 정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디서건 불의의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심하다”고 말했다.
한 신탁회사 사내 변호사는 “기업의 오너가 중처법으로 기소가 된 선례는 기업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표회장 기소 논리대로 라면 300조원을 투자하는 용인 반도체 공장을 짓다가 혹시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고 이재용 회장을 기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대기업들은 건설업 뿐만 아니라 주력 사업들에도 소극적일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판례가 선례가 돼 향후 비슷한 판결로 계속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처법 조항이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D건설 관계자는 “법의 취지 자체는 안전을 잘 지키자는 것인데 모호한 규정이 많아 우리도 완벽히 대응하고 있는지 불안하다”며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해도 현장이 워낙 많다 보니 안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사고에 책임을 지는 주체를 ‘경영책임자’라고 하지 말고, ‘대표이사’로 명확히 표시해야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안전조치 의무자가 원청인지, 하청인지 등 범위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E건설 관계자는 “현행 제도로는 작업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조차도 그룹의 오너나 대표이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해온 오너들이 위축된 경영을 하지 않도록, 실제 안전업무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심사숙고해서 입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안전인력에 대한 준비와 세부적인 법제화가 촘촘히 된 후 시행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초점이 처벌이 아닌 예방에 맞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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