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A, 실생활 서비스로 블록체인 대중화 노린다

한만혁 2023. 4. 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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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한만혁 기자]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은 부정적이지만, 블록체인은 적극적이다. 블록체인 관련 해서는 기술 분석, 산업 개발, 투자 등 지원을 멈추지 않는다.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도 2년 주기로 내놓고 있다. 2018년에는 초기 시장 형성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술 발전 전략, 2020년에는 기술 확산, 2022년에는 산업 진흥 정책을 발표했다. 덕분에 2017년 이후 블록체인 기업 수, 종사자, 시장 규모는 지속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블록체인 대중화에 주력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공공서비스를 발굴하고, 기술 지원과 검증을 통해 실제 서비스를 보급 및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블록체인 산업을 주도하는 KISA. 출처=KISA

KISA “완성도에 집중할 것”

정부의 블록체인 산업을 주도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올해 블록체인 지원 사업 수를 줄이는 대신 예산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에는 24개 과제를 선정하고 예산은 총 189억 원을 책정했지만 올해는 12개 과제로 줄이고 예산은 207억 원으로 늘렸다. 대형 프로젝트인 집중 과제는 3개로 각각 30억 원, 9개 확산 과제에는 각각 13억 원을 지원한다.

KISA 박상환 단장은 “중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전략을 세웠다”라며 “선정 과제가 줄고 예산이 늘었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KISA는 각 과제에 법 제도, 기술, 사업화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사업 품질 관리 제도를 운용한다. 국민이 직접 참여해 체험하고 사업 성과를 평가하는 국민참여단 제도도 추진한다.

투표·신분증 등 공공분야에 도입

올해 공공 분야에 선정된 과제는 총 6개다. 집중 과제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 ▲디지털 배지(Digital Badge) 발급 플랫폼이며, 확산 과제는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 ▲전자 공증 ▲드론 운항 정보 서비스 ▲공무원 연금 수급권 확인 플랫폼이다. 현재 행정안전부와 사전협의 중이며 협의 완료 후 사업자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온라인 투표 시스템은 1,000만 명이 참여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온라인 투표 시스템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했다. 지난해 4월 주민투표법이 개정되면서 온라인 주민투표가 가능해졌다. 이에 1,000만 명이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1,000만 명은 서울시와 경기도 인구를 고려한 수치다. 현재 서울시 인구는 약 942만 명, 경기도는 약 1,360만 명이다. 해당 인프라가 구축되면 정당, 학교는 물론 시, 도 단위 대규모 선거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다.

KISA는 해당 과제를 통해 선거인 명부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선거인 명부 시스템은 선거 주최자가 정한 기준에 맞춰 투표자를 선별 및 분류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투표 과정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한다.

두 번째 집중 과제인 디지털 배지 발급 플랫폼은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수요를 제기한 것으로 공공 및 민간 기관의 자격증, 증명서, 훈련 정보를 디지털 배지로 발급하는 플랫폼이다. 기존에는 이들 서류를 종이로 인쇄한 후 기관에 직접 제출했다. 온라인으로는 아예 불가능했다. 디지털 배지 발급 플랫폼은 이런 불편을 해결한다.

여기에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인증(DID),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이 적용된다. 사용자가 교육 기관에 자격증이나 증명서 발급을 요청하면 사용자 스마트폰에 디지털 배지를 저장한다. 이를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에 제공해 자격증 진위 여부를 증명할 수 있다.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 자격증, 한국고용정보원의 훈련 정보 등 공공 및 민간 교육기관이 관리하는 이력 정보는 1,800만 명 규모다. 디지털 배지 발급 플랫폼이 구현되면 1,800만 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패스 앱의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 출처=KT

확산 과제로 선정된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는 행정안전부 주민과에서 제기했다. 물론 지금도 ‘패스(PASS)’ 앱을 통해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제약이 있다. 온라인에서는 신원 확인이 어렵고, 오프라인 환경이라도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KISA는 기존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에 DID 기술을 추가해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로 개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환경에서도 신분 확인이 가능하고 금융기관에서도 인정하는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된다.

법무부 전자 공증도 마찬가지다. 전자 공증 역시 현재 시행 중이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제 역할을 못 한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 공증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인터넷 등기소 등 유관 서비스를 연계하는 차세대 전자 공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드론 운항 정보 서비스에도 블록체인을 도입해 비행 승인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운항 안전 정보 연계 체계를 구축한다.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 연금 수급권 확인 플랫폼에는 블록체인 기반 DID를 적용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확도를 높인다.

배터리·폐식용유 데이터에 신뢰 강화

민간 분야 과제는 6개다. 집중 과제는 전기차 배터리 잔존 수명 인증 서비스이고 확산 과제는 ▲신원확인 소울바운드토큰(SBT) ▲폐식용유 유통 ▲NFT 공연 티켓 ▲태양광발전소 소액 투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다. 현재 사업자 선정이 끝나고 과제가 진행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잔존 수명 인증서는 보험, 대출, 중고차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집중 과제인 전기차 배터리 잔존 수명 인증 서비스 ‘배대리’는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 방전, 운행 거리, 교체 등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서비스다. 전기차에 온보드 진단기(OBD)를 장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배터리 잔존 수명 인증서를 발급한다. 인증서는 보험이나 차량담보대출, 중고차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

KISA는 올해 버스, 택시, 렌터카 등에 도입하고, 2024년에는 개인 소유 전기차로 확대할 예정이다. 배대리 서비스 주관기업은 파라메타다.

확산 과제로 선정된 폐식용유 유통은 폐식용유 유통 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사업이다. 폐식용유는 가공 처리를 통해 바이오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2050년까지 모든 항공기 연료는 바이오 연료로 대체되는 등 폐식용유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폐식용유의 수거, 가공 등 이력 관리다. 문서에 수기로 작성하는 방식이어서 유통 과정의 신뢰성이 부족했다. 여기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다. 미국 등 수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 폐식용유 유통 과제는 리사이클렛저가 주관하고 있다.

KISA는 올해는 블록체인 대중화에 주력한다. 출처=KISA

일주지앤에스가 주관하는 태양광발전소 소액 투자 과제는 태양광 발전소 담보 대출 상품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일반 국민이 적은 비용으로 태양광 발전소에 투자하고 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다. 현재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을 준수하며 추진 중이지만 추후 토큰증권 관련 규제가 명확해지면 해당 영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신원확인 SBT 과제는 개인 신원 SBT를 발행해 의료, 보험, 요식업 등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SBT는 소유자 신원 증명 정보를 담고 있는 가상자산으로 전송이나 거래, 위변조가 불가능해 개인 신원 확인에 유리하다. 신원확인 SBT는 나이스평가정보가 수행하고 있다.

NFT 공연 티켓은 공연 티켓을 NFT로 발행하는 과제다. 고객 행동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시즌별 공연, 온오프라인 이벤트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암표 거래를 방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에스케이플래닛이 주관한다.

ESG 경영 평가 과제는 ESG 지표 데이터를 수집 및 진단하고 그 결과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신뢰도 높은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해당 과제는 쿤텍이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표준 인프라 만든다

세계 주요 국가는 블록체인 기술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각국 정부가 블록체인 표준 인프라를 만들고, 문서 공증, 졸업증명서 신원 인증 등 공공분야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 역시 정부 주도로 블록체인 표준 인프라를 제시하고, 공공과 민간 연계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부가 블록체인 표준 인프라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KISA는 블록체인 표준 인프라 K-BTF를 구축한다. 출처=KISA

이에 KISA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블록체인 신뢰 프레임워크(Korea Blockchain Trust Framework, K-BTF)를 준비한다. K-BTF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쉽게 개발하고 운용할 수 있는 표준 인프라다.

기존에는 표준 인프라가 없어 블록체인 서비스 사이에 상호 운용이 어려웠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중복 투자 우려도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개발 후 다른 서비스에 접목하거나 확장하려면 다시 개발해야 한다는 말이다. K-BTF는 이런 불편을 해소한다.

KISA는 공공 분야에서 수요가 높은 핵심 블록체인 서비스 모델을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필수 기능, 보안, 상호 운용에 필요한 기술적 요구사항 등을 정리할 예정이다. 별도 협의체를 통해 시험 및 검증도 진행한다.

올해는 K-BTF 실행 로드맵을 만들고 업계 요구사항을 취합할 계획이다. KISA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블록체인 확산, NFT, DID 등 광범위한 정책 연구도 병행한다.

KISA 박상환 단장은 “블록체인은 신분증, 투표, 티켓팅, 환경 등 사회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라며 “우리 사회는 신뢰성, 공정성, 투명성을 갖춘 보다 안전한 사회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블록체인이 변화시킬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자”며 적극적인 참여를 권했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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