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먹통 사태 계기로 ‘하나금융 데이터센터’ 각광받는다는데…
작년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까딱하면 대형사고’라는 인식이 번지면서 데이터센터 투자의 제1 고려 요인이 ‘공간 효율과 초기 투자 비용’에서 ‘안정성’으로 바뀌어가는 것이다.
수만대의 서버가 한곳에 모여 있는 데이터센터는 초고속인터넷과 연결된 데이터의 저장·처리 역할을 맡는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소셜미디어 보급, 생성 인공지능(AI) 사용자 증가 등에 따라 데이터 사용이 급격히 늘면서 데이터센터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 기간 중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아시아에서 데이터센터 중심지로 한국이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까지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중인 데이터센터는 150곳에 달하고 2029년까지 새로 생겨날 데이터센터는 600곳가 넘는다.
최근 데이터센터를 새로 만들려는 많은 사업자가 ‘카카오톡 먹통사태의 반면교사’이자 ‘벤치마킹 모델’로 삼는 곳은 2017년 청라 신도시에 준공된 ‘하나금융그룹 통합 UPS데이터센터’다. ‘부분적인 화재에도 서버에 전원 공급이 끊기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하나금융 UPS데이터센터는 하나은행 등 하나금융그룹 모든 계열사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한다.
업계 관계자는 “카톡 화재 이후로 하나금융같은 방식의 데이터센터를 찾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데이터센터의 특징은 ‘기계식 하이브리드 UPS(Uninterruptible Power Supply·무정전 전원 장치) 시스템’이다. 기존 국내 다수 데이터센터는 ‘전자식 UPS 시스템’이다.
UPS는 양질의 정전압·정주파수 전원을 부하에 공급하며, 정전됐을 때는 평소에 충전한 배터리의 에너지를 사용해 비상 발전기 가동 전까지 전력이 끊기지 않도록 해주는 장치다.
하지만 카톡먹통 사태 당시엔 UPS가 발화점이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예비 동력원인 UPS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진화를 위해 주전원을 차단하면서 서버에 전원공급이 이뤄지지 않아서 카카오 먹통사태까지 일어난 것이다.
하나금융 데이터센터의 기계식 하이브리드 UPS 시스템은 IP링버스(병렬 링방식)의 구조로 고용량에 적합한 ‘다이내믹 UPS’를 채택했다. 링버스로 UPS의 출력을 연결하여 한쪽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이를 링 그룹에서 분산해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를 채택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원 공급이 차단되지 않도록 설계·시공됐다.
시스템에 필요한 UPS 수량이 적은 것도 하이브리드UPS의 강점이다. 전자식 UPS 시스템의 절반가량 숫자의 UPS로 동일한 효율을 낼 수 있다. 배터리가 들어가는 UPS를 적게 쓰면 화재 위험도 그만큼 줄어든다. UPS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되는데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만나 과열되며 화재,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전기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UPS 숫자가 전기 사용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는 서버(대형 컴퓨터) 수만 대가 모여 있다 보니 그 자체가 소비하는 전력도 엄청난 데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熱)을 낮추는 냉방 전력도 막대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142곳의 전력 사용량(4006GWh)이 강남구 전체 계약 호수(19만5000호)의 사용량과 맞먹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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