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삼성전자, 반도체 감산 공식화…LG전자에 역전[정다운의 뉴스톡]
반도체 4조 이상 적자 확실시…"메모리 생산량 하향 조정"
메모리 가격 상승 전망에 주가 4.3% 상승…재고의 벽 남아
미중 패권에 '불확실성' 여전…"美따르지 말라 경고" 지적도
LG전자, 삼성전자 실적 2배…삼성, 현대차에 1위 넘길 듯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산업부 장성주 기자
[앵커]
삼성전자가 오늘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는데,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어닝 쇼크'가 현실이 됐습니다.
영업이익이 6천억 원으로 적자는 피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인 데다 핵심인 반도체 사업부의 적자가 확실시됩니다.
산업부 장성주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잠정 실적, 영업이익이 6천억 원이라고요.
[기자]
네, 삼성전자가 연결기준으로 1분기 실적 잠정치를 발표했습니다. 매출 63조 원에 영업이익 6천억 원입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19%, 영업이익이 96% 급감했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70조 5천억 원에서 10% 빠졌고, 영업이익도 4조 3100억 원에서 86%나 날아갔습니다.
당초 시장이 전망했던 영업이익 1조 원을 못 미치는 '어닝 쇼크'입니다.
[앵커]
그래도 일각에서 전망했던 '적자'는 피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영업이익 4700억 원 이후 가장 안 좋은 기록입니다.
이번 실적은 잠정치이기 때문에 사업 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삼성전자의 핵심이죠, 반도체 사업부의 적자는 확실시됩니다. 앞서 시장에서는 반도체 사업부의 적자가 4조 원대에 달할 것이란 전제로, 전체 영업이익 1조 원을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 영업이익은 이보다 4천억 원 적게 나왔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부의 적자폭도 4조 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사업부는 2009년 1분기 6500억 원의 적자 이후 한 번도 적자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달 말 공식 실적이 나오면 "삼성 반도체 역대 최대 적자"가 기사의 제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결국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 발표했군요.
[기자]
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 대신 라인 운영을 최적화하고 연구개발 비중을 확대해 반도체 한파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썼습니다. 이른바 '기술적 감산'인데요.
오늘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면서 감산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미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감산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업계 1위인 삼성전자도 감산에 동참한 것 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주가도 전날보단 4.3% 오른 6만 5천 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앵커]
그러면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좀 회복될 수 있을까요?
[기자]
지난해 1분기 가격이 4달러에 근접했던 D램의 경우 최근 1.7달러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전체적으로 감소하니까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낙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반도체를 사는 고객의 심리가 회복돼야 하고, 재고가 소진돼야 반도체를 사겠죠. 그런데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포화 상태로 접어들어서 예전 같은 성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 핵심 고객인 서버 산업도 경기 침체 우려와 유럽의 친환경 정책 강화 등으로 수요가 회복될지 불투명합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재고 역시 상당한데요. 지난해 말 기준 반도체 사업부의 재고는 약 30조 원 규모로 전년보다 77% 늘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D램 재고가 10주 후반에서 최대 21주치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는 적정 수준인 4주치보다 5배 많습니다.
결국 재고 소진과 수요 회복이 동시에 살아나지 않으면, 가격 상승만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의 반전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도 불안 요소로 꼽히죠?
[기자]
맞습니다. 미국이 반도체법에 따라서 보조금을 준다고 했지만 그 조건에 사실상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 것들이 포함됐습니다. 또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비중의 40%도 중국입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 기업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반격에 나섰습니다. 업계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에 대한 안보 심사에 나선 것인데요. 중국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심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규제라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음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 제조시설을 두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제조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번 조사는 '미국의 조치를 따르지 말라'는 경고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실적으로 역전했다는 소식도 전해주시죠.
[기자]
네, LG전자도 오늘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요. 매출 20조 4200억 원에 영업이익 1조 5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6천억 원보다 2배 이상으로 역전한 것인데요. 2009년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이후 처음입니다.
역대 1분기 기준으로도 매출은 2번째, 영업이익은 3번째 높은 기록인데요.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분위기를 생각하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입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2060% 증가했습니다. 공을 들였던 전기차 전자장비인 '전장 사업'이 고속 성장하고, 가전제품 같은 것이 아닌 비하드웨어 사업에서도 의미 있는 성장을 보였습니다. 결국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적자가 역전의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도 1분기 영업이익이 6300억 원으로 삼성전자를 근소하게 앞섰고요. 또 미국에서 1분기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세운 현대차가 3조 원에 육박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 자리도 처음으로 현대차에 넘겨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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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성주 기자 joo50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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