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지도부 신중해야”…윤재옥 향한 與표심 배경은

2023. 4. 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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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표 중 65표 득표…TK 3선 윤재옥
대선 상황실장서 리더십 검증
원내수석 시절 ‘드루킹 특검’ 성과도
지도부 설화에 “원내지도부는 신중한 사람이”
윤재옥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3선의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구을)이 선출됐다. 친윤 중진 간 양자 대결에서 20표가 넘는 격차로 윤 의원이 당선되면서 당 내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선출 결과를 놓고선 윤 원내대표의 ‘묵직한 리더십’이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결과 윤 의원은 1차투표에서 총 109표 중 65표(59.6%)를 얻어 최종 선출됐다. 윤 의원과 경쟁한 4선의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시)은 44표(40.3%)를 얻었다. 윤 원내대표는 결과 발표 직후 “약속드린대로 저는 오늘부터 대선 상황실장 자세로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겠다”며 “거대야당의 독주를 민심의 힘으로 막겠다”고 말했다.

당초 선거 초기에는 김 의원의 선출을 점치는 시각이 우세했다. 김 의원은 보수정당의 험지인 수도권의 중진으로, 영남권에 지역구를 둔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와 지역 안배 차원에서 ‘수도권 원내대표론’이 힘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결과는 21표차로 윤 원내대표의 완승이었다.

그 배경으로는 지난 대선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지냈을 당시 검증된 윤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윤 원내대표는 당시 선거대책위원회를 선대본으로 개편한 혼란스러운 시기 상황실장을 맡았는데, 캠프에 야전침대를 두고 24시간 상주하며 빠르게 캠프 내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안정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캠프에 몸 담았던 한 원내 관계자는 “소리없이 강한 타입”이라고 했다.

‘말수가 적어 속을 알기 어렵다’ ‘치밀하다’ 등 평가를 받는 윤 원내대표의 성격도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차기 원내대표는 169석의 거야를 상대해야 하는데, 당장 선거제 논의부터 방송법·노란봉투법 등 쟁점이 산적해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이 표심에 작용한 것 같다”고 봤다. 한 초선 의원도 “현장 발언을 들어보니 진중한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2018년 자유한국당 시절 여야 협상의 실무를 담당하는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드루킹 특검’의 성과를 낸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루킹 특검은 ‘친문 황태자’였던 김경수 경남지사의 징역형으로 이어지면서 문재인정부를 흔들었다.

여기에 최근 당 지도부에서 연이어 설화(舌禍)가 터져나온 점도 윤 원내대표의 득표 요인이 됐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굉장히 신중하고 말을 거의 안 하시는 분”이라며 “당 지도부에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원내지도부는 신중한 분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홀대론’이 나왔던 대구·경북(TK)의 영향력이 재확인됐다는 해석도 있다. 한 의원은 “생각보다 표차가 큰 것을 보니 지역 표가 몰린 것 같다”며 “TK 지역구 의원들 입장에선 홀대론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도 강점으로 꼽힌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정견발표(모두발언)에서 “지난 대선 저의 선대위 첫 보직은 후보전략자문위원장이었지만, 후보께서 붙여주신 별명은 ‘쓴소리위원장’이었다”며 “상황실장을 맡은 이후에도 듣기 불편한 내용까지 후보께 가감 없이 전달했고, 후보의 생각을 당에 전달하는 데도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원내대표 선출 결과와 관련해 “최근 당정 간 정책적인 교류 내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원내대표가 가세하시면 그런 흐름이 더 공고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 전략과 관련해 중도층과 2030세대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선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도층과 우리 미래 세대에서 최근에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는 보도를 봤다”며 “그 부분을 어떻게 우리가 회복할 것인가에 관련해서도, 정책적으로 우리가 그분들이 어떤 생각 갖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역별로 분리해서 (선거) 대책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은 정책의 방향이나 정치지향, 이런 것들을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원내지도부 인선은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한 전원위가 종료되는 13일까지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동료 의원들에게 선거제 개편 논의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도부 인선을 미루겠다고 양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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