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文’ 효과 퇴색? 부상한 ‘윤석열 심판론’

박성의 기자 2023. 4. 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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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1년, 윤석열 심판론 55.4%…이재명 심판론 38.9%
4·5 보궐선거도 완패에 與 일각 “이러다 TK 자민련 전락”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이 정권은 도대체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인가."

2021년 6월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며 "도저히 이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검사 윤석열'은 '제 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그가 외친 '반(反)문재인 구호'가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로부터 약 1년, 과연 윤 대통령은 공언했던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을까. 그가 신랄하게 비판했던 '이들'과는 다르게 '자유'의 가치를 지켜가고 있을까. 현 시점에선 물음표가 찍힌다. 국민 10명 중 6명 가까이가 내년 총선의 화두로 '윤석열 심판론'을 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7일 발표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10명 중 6명 尹정부에 '옐로우 카드'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3~4일 양일간 전국 성인 2002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2.2%포인트),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하나'라는 질문에 민주당이 55.5%, 국민의힘은 39.1%의 지지를 얻었다. 양당의 격차는 16.4%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다. 정의당은 0.7%, 기타 정당은 0.9%, 잘 모름은 3.8%였다.

눈에 띄는 점은 국민의힘이 보수 우위 지역으로 평가받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의 격차지만 수치로만 보면 뒤졌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PK에서 52.5%를 얻어 국민의힘(41.1%)에 11.4%포인트 앞섰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과 강원·제주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격전지는 중원의 대전·세종·충청이었다. 민주당 49.2%, 국민의힘 44.9%로 오차범위 내의 격차를 기록했다.

'내일이 총선일이라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나'라는 질문에는 민주당이 51.5%를 얻어 37.5%에 그친 국민의힘에 앞섰다. 내년 총선 구도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이재명 민주당 심판론'을 앞설 것으로 점쳐졌다.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과 '이재명 민주당 심판론' 중 무엇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나"라는 질문에 '윤석열 정부 심판론'은 55.4%를 얻었다. '이재명 민주당 심판론'은 38.9%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36.9%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혹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매우 잘하고 있다' 20.6%, '어느 정도 잘하고 있다' 16.3%로 집계됐다. 부정평가는 61.4%로 파악됐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윤 대통령 국정 수행 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김봉신 조원씨앤아이 부대표는 "지금처럼 정국이 흘러가면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고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는 조사 결과"라고 분석했다.

7일 발표된 시사저널 여론조사 결과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 심판론'과 '이재명 민주당 심판론' 중 무엇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나"라는 질문에 '윤석열 정부 심판론'은 55.4%를 얻었다. '이재명 민주당 심판론'은 38.9%였다. ⓒ시사저널

발등에 불 떨어진 김기현號 '좌불안석'

여론조사의 '숫자'는 표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기현호 출범 한 달 만에 치러진 4·5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다. 특히 텃밭인 울산 교육감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패하자 '이대로면 차기 총선도 어렵다'는 평가가 여권 내에서 나온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6일 블로그 '고공행진'에 올린 글을 통해 "울산 남구 선거결과를 보면 '영남 자민련'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을 넘어 'TK 지역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간 말을 아끼던 김기현 대표도 "당이 위기"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요즘 우리당도 그렇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좋지 못한 걸 다들 알고 계실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동여맨다는 심정으로 선당후사(개인보다 당을 우선함)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기대했던 '자유‧공정‧통합'의 가치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혹평이 제기된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여당의 우편향 노선이 중도층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불거진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논란 ▲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 강행 ▲제주 4‧3 추념식 불참 등이 윤 정부에겐 악재가 됐다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 대선 때는 중도 확장성에 방점을 찍으며 국민 통합을 다짐했던 윤석열 후보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로는 시간이 갈수록 인사와 정책을 비롯한 국정 각 분야에서 보수층만 의식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런 방향성으론 총선 승부를 좌우할 중도층과 무당층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일심동체'가 된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윤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이 과도한 자신감으로 과속을 하고 있다. 보수 지지층과 국민의힘 당원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윤 대통령은 '윤석열당'을 만들어야만 총선을 이긴다고 생각하겠지만, 정확히 반대다. 총선을 이겨야 윤석열당이 된다"고 했다. 특히 "총선이 다가올수록 윤심보다는 총선 승리에 누가 더 유리할 것인가로 투표의 기준이 바뀔 것"이라면서 "윤심은 절대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4월3~4일 양일간 전국 성인 2002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를 이용한 ARS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3.1%다. 표본오차는 ±2.2%포인트(95% 신뢰수준)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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